[지지대] 노예 놀이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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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예 놀이’라는게 있다. 주로 트위터를 통해서 이뤄지는 일종의 ‘역할놀이’다. 각각 노예와 주인 역할을 맡아 노예는 주인 지시에 철저히 복종한다. 주인 지시에는 신체 노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라는 등의 성적인 행위와 엽기적인 가학 행위도 포함된다.

노예 놀이가 디지털성범죄의 수단이 되고 있다. 신체 노출 사진이나 영상 등 성착취물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돼 신상이 공개된 최찬욱(26)이 범행동기로 ‘노예 놀이’를 언급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노예와 주인 놀이 같은 것을 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6년 5월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남자 미성년자들을 노예화하며 성 착취물을 제작해 보관했다. 보관 중인 성 착취물은 6천954개(사진 3천841개·영상 3천703개)나 됐는데, 그중 일부는 온라인에 직접 유포했다. 그는 피해자 3명을 직접 만나 강제로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폭행도 저질렀다. 최씨 사건에서 가장 나이 어린 피해자는 만 11세다.

최씨는 30개의 계정을 만들어 각각 여성, 동성애자, 초등학생 행세를 했다. 여성 프로필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후 ‘알몸 사진을 보내주면 나도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사진을 받아냈다. 이후 피해자가 사진을 보내면 이를 약점으로 삼아 노예와 주인의 관계를 형성하며 피해자를 노예화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체액이나 용변을 먹으라는 등의 가학적 요구도 했다.

트위터 등의 SNS에서 가해자는 미성년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트위터는 검색에 제약이 없고, 검색 결과를 볼 때도 성인인증 등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다. 때문에 트위터에서 10대들도 검색 한 번이면 노예 놀이에 가담할 수 있고,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미성년자들이 각종 음란물에 쉽게 접근하고,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걸 방치해선 안된다. 가정ㆍ학교에서 디지털성범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트위터 등 SNS 사업자들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실질적인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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