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구 지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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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지진’은 땅 표면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진처럼 고령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그 사회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현상을 비유한 용어다. 영국의 작가이자 인구학자인 폴 월리스가 저서 ‘에이지퀘이크(Age-quake)’에서 만든 용어로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의 충격을 지진(earthquake)에 빗댔다. 월리스는 인구 지진은 자연현상인 지진보다 훨씬 파괴력이 크며, 지진에 비유할 때 강도가 리히터규모 9.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도 피해를 크게 입는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유엔은 노인 인구비율이 7%인 사회를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2000년 7%에서 18년 만인 2018년에 14%로 증가해 고령사회에 도달했다.

올해 4월 기준 출생아 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출생아가 줄어드는 현상은 2015년 12월부터 65개월째 이어졌다. 보통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보는데 한국은 지난해 0.84명이었다. OECD 회원국 중 평균(1.63명)은커녕 초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 꼴찌다.

아이 울음소리는 듣기 어려운데 노인 인구는 초고속으로 늘고 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1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에는 20.3%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60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43.9%까지 높아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구 지진’을 경고했다. “인구 자연감소, 초고령사회 임박, 지역소멸 현상이라는 3대 인구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응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는 2030~2040년부터 인구절벽에 따른 ‘인구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2030년이면 ‘일하는 인구’가 315만명 줄어든다. 홍 부총리 말대로 “사회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 충격”이다. 인구 재앙을 막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앞으로 10년간 허송세월 하면 모든게 끝이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200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이 최악이어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 걱정스럽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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