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60년 만에 폐쇄(경기일보 1일자 1면)됐지만, 불법을 그만두겠다던 포주들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집결지에서 여관으로 자리만 옮겼을 뿐 같은 포주, 같은 종사자들이 성매매 호객 행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오후 10시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로데오거리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골목. 거나하게 취한 무리들이 거리로 쏟아지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허리에 힙색을 찬 50~60대 여성 2명은 인도 위 단상에 미리 준비한 스티로폼 박스 뚜껑을 깔고 앉아 술에 취한 남성들을 살폈다. 대각선으로 5m가량 떨어진 곳에 선 40대 여성도 마찬가지. 수개월 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그때 그곳에 있던 포주와 호객꾼이었다.
이들은 홀로 취한 채 걷는 남성들을 노렸다. 술에 취해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면 슬쩍 다가가 “총각 어디 가”, “조금만 쉬었다 가”라고 꼬드기며 성매매 대금으로 10만원을 제시했다.
이내 호객꾼 중 하나가 인사불성으로 취한 중년 남성을 타깃으로 삼았다. 팔짱을 끼고 속삭인 뒤 건물과 건물 사이 외진 곳으로 이끌었다. 뒤를 쫓아보니 S 여관 뒷문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나타났고, 팔에 문신이 그려진 남성이 입구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주변 상인들은 성매매 영업이 집결지에서 숙박업소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눈치였다. 한 50대 상인은 “집창촌이 문을 다 닫은 통에 우리도 망하게 생겼다”며 “제발 모른 척하고 그만 가달라”고 되레 항의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일부 업소들은 불만 켜놓은 채 일종의 ‘반발 시위’에 나섰다. 이곳 포주들은 최근 수원시청 앞에서 영업 보상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매매를 멈췄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해달라는 주장을 펼치면서도, 정작 밤이 되면 음성적인 성매매를 이어가고 있던 것이다.
경찰의 단속마저 아쉬움을 남겼다. 순찰차량은 20~30분 간격으로 꾸준히 텅 빈 집결지를 돌았지만, 불과 100m 거리에서 벌어지는 호객 행위는 잡아내지 못했다. 성매매 단속이 ‘헛스윙’에 그친 셈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성매매는 물론 호객 또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우선 수원서부경찰서 매산지구대 및 형사 경력을 해당 골목에 배치하고, 곧장 현장에 나가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상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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