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화수부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독특하다. 한 면에는 바다의 숭고함이, 다른 한 면에는 노동의 숙연한 역사가 좌우로 펼쳐진다. 시선을 어디에 두든 동구 유일한 섬 ‘물치도’가 눈에 들어오고 물이 빠지면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세계 5대 갯벌인 서해안의 중심에 자리 잡은 인천 앞바다이자, 우리나라 3대 어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만석·화수부두는 쪽빛 바다의 반짝임과 노동의 땀방울을 한 폭에 담은 독특한 곳이다.
지금이야 ‘인천 앞바다’라고 하면 연안부두, 소래포구, 월미도를 떠올리지만, 인천 앞바다의 원조는 만석·화수부두다. 1866년 쇄국정책을 고집한 흥선대원군이 프랑스선단을 격퇴한 병인양요의 현장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맞아 일본의 대대적인 매립을 통해 대단위 공장지대로 변모했다.
만석·화수 부두는 1950~60년대로 접어들면서 인천의 중심 항구이자 국내 3대 어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연평도와 전라도에서 잡아 올린 조기와 강화도에서 실어온 새우젓을 사고팔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970년대 연안부두가 들어서고 공장과 군사시설만 남게 되면서 그 많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만석·화수부두를 지키는 주민들조차 군사시설에 가로막혀 바다로 접근하기가 어려워지자 동구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도 잊혀갔다.
만석·화수부두의 과거 명성과 현재의 가능성을 놓고 역대 민선 기초단체장들의 공약도 꾸준했다. 어장의 활성화와 재개발을 외치는 공약이 4년마다 반복됐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은 만석·화수부두를 개발의 논리와 정치적 수단으로 묶어 인식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자연의 섭리와 역사의 순리를 살릴 수 있는 진전된 방법은 오히려 ‘환원’과‘보전’에 있다.
바다를 환원하고 갯벌의 생태계 서비스를 보전한다면 만석·화수 부두가 바다로써, 갯벌로써, 관광지로써 살아있는 생태관광의 현장으로 가치를 살릴 수 있다. 동구의 잃어버린 바다를 되찾는 일은 주민들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자 주민들을 위한 생활과 휴식을 보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동구는 만석·화수부두에서 북성포구 해안까지 4.72km 구간을 총 3단계에 걸쳐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해안산책로’로 조성하고 있다.
1단계 사업구간(1.52km)은 군사보호시설인 초소를 활용한 전망대와 파도형상으로 제작된 데크를 연결해 동구의 유일한 섬인 물치도와 중구의 영종국제도시를 품은 인천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산책로 주변에는 염해에 강한 해송과 꾸지뽕나무를 식재해 주민들이 바다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새단장을 마쳤다.
완공된 1단계 사업이 ‘환원’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했다면, 지난달 25일 발주한 2단계(0.9km) 사업은 ‘보전’과 ‘성장’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바다’를 주제로 배조형물을 설치하고 해상전망데크를 설치해 관광명소, 요즘말로 ‘전망맛집’으로 자리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업구간 바로 아래에 있는 십자수로 매립공사가 오는 9월 완공되면, 십자수로 매립지를 통해 월미도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게 된다. 자전거 도로를 통해 해안 산책로에서 경인아라뱃길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오는 10월 2단계 조성사업이 완료되고 만석동 진입도로 개설공사도 완료되면 총 길이 3.32km 해안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해안산책로가 완성 된다. 산책로 옆으로 서해안만의 밀물과 썰물의 장점을 살린 ‘갯벌체험장’을 조성해 건강한 바다생태계를 바탕으로 친환경적인 체험활동의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초 해양수산부는 사람과 자연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바다를 만들기 위한 제5차 해양환경 종합계획(2021~2030)을 발표했다. ‘보전’, ‘이용’, ‘성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세워 10년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동구가 앞서 추진하고 있는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조성사업의 비전과 목표를 그대로 닮았다.
지난 100여 년간 묶여 있던 만석·화수의 바다를 자연으로 돌려주는 일, 동구 앞바다를 동구 주민들에게, 인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일만큼 더 나은 일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증명하고 있다.
허인환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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