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에는 숟가락을 밥상에 놓자마자 뛰어나가 놀기에 바빴다. 이때 어른들은 한마디 한다. “밥 먹고 바로 뛰면 배 아프다.” 그러니 소화가 될 때까지 얌전히 앉아 있으라는 말이다.
식사 후는 부교감신경 흥분상태로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분비되어 위나 장관 운동을 활성화시킨다. 동적인 상태인 운동을 한다는 것은 교감신경 흥분상태이며 식후 운동은 교감신경 흥분상태와 부교감신경 흥분상태가 서로 엉킨 상태가 되는 것이다. 식후에 바로 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사 후는 부교감신경 흥분상태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어 위나 장관 운동을 활성화시킨다. 꽉 막힌 위장의 움직임을 왕성하게 하는 물질이다.
아세틸콜린을 투여하면 왕성한 위장운동을 하여 답답한 속이 펑 뚫릴 것이다. 위장기능 항진제로 아세틸콜린만큼 효과 좋은 약물은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아세틸콜린이 많아지면 위험해 질 수 있다. 그래서 아세틸콜린을 이용한 위장운동 항진제(prokinetics)는 잘 개발하지 않고 아세틸콜린을 간접적으로 활발하게 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여기에 이용되는 물질로 도파민이 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도파민 작용을 억제시키면 아세틸콜린 작용이 나타난다. 이른바 항도파민 작용이다. 도파민의 작용이 원활하지 않으면 나타나는 질환이 있다. 바로 파킨즈 질환이다. 일반인이 소화제라고 쉽게 표현하는 항도파민제 계통의 위장약을 복용하면 파킨즈 질환 시에 나타나는 증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침을 자신도 모르게 흘리고 양반 다리로 앉지 못하는 심한 증상부터 무언가 불편하여 자신의 의사대로 따라주지 못한 상태가 나타난다. 이를 추체외로 부작용이라고 한다.
동작이 굼뜨고 무언가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병원에 검사를 의뢰한다.
“혹 무슨 약 드신 것 있으세요?” 라고 물으면 내심 ‘설마 소화제 위장약 먹는다고 그렇게 되겠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몸이 이상하니 온갖 검사 다 해본다. 그 많은 검사에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환자는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약국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위장운동 항진제 복용으로 나타나는 추체외로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단순 소화제나 위장약으로 생각해 일상적으로 처방전에 넣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이 쉽게 말하는 단순한 소화제 위장약 한 알이 이러한 엄청난 상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형외과에서 복용하는 약물에 위장 장애가 있으니 같이 복용하라는 약물부터 속이 답답하거나 먹은 것이 체하거나 또는 기타 여러 증상으로 쉽게 복용하는 소화제 개념의 약물도 이렇듯 심각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알의 약이라도 꼼꼼히 챙기고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의심나는 부분은 단골약국에 꼭 문의해야 할 것이다.
박정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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