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출 후 새 둥지서 절치부심…투심 비율 높이며 든든한 뒷문 지킴이로 거듭나
프로야구 KT 위즈가 매년 마운드에서 ‘대박 작품’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올 시즌은 베테랑 안영명(37)이 그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안영명은 프로 19년차 베테랑 우완투수로 지난 2003년 한화 입단 후 KIA에서 뛴 반 시즌을 제외하면 선수 생활을 모두 한화에서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하지만 지난해 팀 리빌딩을 위해 시즌 종료 후 방출 통보를 받고 KT에 입단했다.
19일까지 안영명은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20이닝을 던져 4홀드, 평균자책점 1.80의 뛰어난 기록으로 순항 중이다. 특히 탈삼진을 17개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4개만 내주는 알찬 투구로 팀 불펜 과부화를 막고 있다. 멀티 이닝 투구도 4차례나 되며 지난달 23일 롯데전 1.2이닝 3실점 이후 약 한달간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리그 전반적으로 각 구단 투수들과 지도자들이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고 호소하고 있어 안영명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리그 전체 투구 중 스트라이크 비율이 전년도 62.6%에서 60.9%로 감소한 반면 타석당 투구수는 3.90개에서 3.97개로 늘었다. 타석당 볼넷율도 9.4%에서 11.3%로 급증했다. 안영명의 장점인 적은 볼넷과 타석당 투구수가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는 ‘필승조’ 주권(26)과 역할을 맞바꿨다. 시즌 초 승부가 갈린 상황이거나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진 시점에 롱 릴리프로 등판했다면, 최근에는 경기 후반부에 자주 등판하고 있다. 지난 15일 롯데전서 팀이 5대4 역전에 성공하자마자 8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홀드를 기록했다. 그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안영명의 올 시즌 부활의 원동력은 투심이다. 투심은 일반적인 속구(포심)보다 구속은 3~5㎞ 가량 낮으나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여 땅볼유도에 최적화 된 구종이다.
안영명은 지난 2019년 62이닝 동안 13홀드와 평균자책점 3.92를 수확했지만, 지난해 44.2이닝 평균자책점 6.04에 그쳤다. 2019년엔 포심 구사율 4.4%, 투심 구사율 48.9%로 ‘투심볼러’로 활약했지만 지난해에는 포심 구사율 35.6%, 투심 구사율 22.8%를 보였다. 이에 KT 코칭스태프는 지난 2월 전지훈련때부터 안영명의 투심 구사율을 다시 높이도록 했다.
지난해 연말 한화에서 방출된 날부터 매일 새벽 헬스장에 출근하며 절치부심했던 안영명이 KT 마운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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