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계의 거목이자 경기 포천의 큰 별이신 고 이한동 전 총리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삼가 영전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하늘에서도 이 나라를 지켜주시길 소망합니다.
정치원로가 다 사라진 이 난국에 총리님의 서거는 더욱 안타깝고 비통할 따름입니다. 소통과 경륜 지혜 결단력 소탈함 등을 두루 갖춘 통 큰 정치가 참으로 그립습니다.
총리님은 포천군내면 명산리라는 산골에서 태어나 판검사 등 17년 공직을 마치고 6선 국회의원을 지내셨습니다. 3명의 대통령과 함께 집권여당의 대표 원내총무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의 당직과 내무부장관 국회부의장 당대표 등 정부와 국회에서 요직을 두루 지낸 ‘정치의 달인’ 이셨습니다. 특히 여당 원내대표를 세 차례나 지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시는 동안 금융실명제 공직자재산등록 국회인사청문회 5공 청산 등 굵직한 개혁을 특유의 돌파력과 친화력으로 이뤄내셨습니다. 내무부장관 시절에는 노동개혁을, 국무총리 시절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IMF위기를 잘 극복하고 IT NT 등 신산업의 씨앗을 뿌려 ‘테크노총리’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제가 16대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대정부질문 단상에서 포천출신 국무총리와 국회의원으로 주고받았던 일문일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총리님은 “저도 중부권출신으로 지역기반이 다소 미약합니다만 포천의 제 후배가 혈혈단신 수원 장안구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나라당대변인을 지낼 때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박선숙 전 의원과 제가 포천 영북초등학교 동기 동창이라는 것을 아시고 여러 자리에서 자랑하시면서 기특해하셨습니다.
총리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나라의 고질병인 패권주의를 타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기해야 지역감정도 없어지고 한국정치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셨습니다.
정치가 허업(虛業)이라고 다소 냉소적이었던 김종필 전 총리와 달리, 정치는 역사적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정치를 그만두어도 국민에게 무한봉사해야 함으로 중업(重業)이라고 말씀하셨던 총리님!
총리님의 지론인 국민통합론 국가 전략론 중부권역할론 등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간의 정치역정이 얼마나 외롭고 고단하셨을까 반추해봅니다.
문재인정권에 대해서는 공정의 가치로 국민을 통합하라고, 보수진영에 대해서는 건국이념과 정치체계의 뿌리라는 자부심을 갖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는 제언을 다시금 새깁니다.
하늘나라에서 대통령을 투표가 아닌 시험이나 다면평가로 뽑는다면 그 자리는 총리님이 0순위일 거라는 다소 뜬금없는 생각을 해보면서 덕필유린(?必有隣:덕을 쌓는 것은 외롭지 않다)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떤 물도 가리지 않고 받는다)의 큰 가르침을 잘 받들겠습니다. 현실정치에서의 아쉬움 모두 접으시고 부디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박종희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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