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잉여 스펙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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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몇년이 지나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나이만 들어가는 취업준비생을 가리켜 ‘취른이’라고 한다. ‘취업준비’에 ‘어른’을 합친 단어다. 이구백(20대 90%는 백수),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삼일절(31세 넘으면 절대 취업 못함) 등도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빗댄 신조어다.

취준생들은 좁은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온갖 스펙쌓기에 열을 올린다. 스펙 과잉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 1천31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보유한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88.7%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잉여 스펙이 있는가’라는 물음엔 31.5%가 그렇다고 했다. 잉여 스펙을 쌓는 이유로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구직자 스펙의 상향 평준화’라는 응답이 각각 46.9%, 45.2%였다. ‘잉여 스펙’은 스펙을 많이 쌓긴 했으나 정작 취업에 써먹지 못하는 스펙이다.

기업들은 직무와 관련있는 스펙을 갖추는게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39개사를 대상으로 ‘채용시 불필요한 스펙’에 대해 조사한 결과, 69.7%가 불필요한 스펙이 ‘있다’고 했다. 불필요한 스펙 1위로 ‘한자ㆍ한국사 자격증’(55.9%, 복수응답)을 꼽았다. 다음은 극기ㆍ이색경험(51.3%), 봉사활동(31.7%), 아르바이트(23.2%), 출신학교 등 학벌(21.9%), 석·박사 학위(20.9%) 등의 순이었다. 그 이유로 ‘직무와 연관성이 높지 않아서’(68%, 복수응답)라는 답변이 많았다.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수 스펙’으로는 1위로 ‘업무관련 자격증’(69.3%,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컴퓨터 능력 관련 자격증(27%), 인턴 경험(20.5%), 토익ㆍ토플 등 공인영어성적(15.7%), 학점(13%), 대외활동 경험(12.3%), 출신학교 등 학벌(12.3%) 등을 꼽았다. 실무와 관련없는 스펙을 무작정 쌓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기업은 직무를 이해하고 실질적 도움이 되는 자격증 정도만 원한다. 오늘도 취준생들은 눈물겨운 노력을 하며 절박하게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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