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서 오늘 김 경장의 행동에 대해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유는 이러하다. 택배로 배송된 식료품 택배가 현관문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 순경은 신고자를 만나 신고 내용을 자초지종 들어봤다.
피해는 경미해 이번에는 사건 처리를 원치 않지만, 순찰을 돌아 또 다시 이러한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을 요구했다.
사실 지구대는 주요 업무가 주민생활의 안전과 평온 확보 및 범죄 예방과 모든 경찰사안에 대한 초동 조치다. 그 중 각종 신고 사건을 접수받아 각각의 기능 부서로 보내도록 하면 사실 임무는 종료되기에 이 사건도 그렇게 처리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사건이 당시 출동나갔던 백 순경 등이 사무실에 들어와 “피해 장소는 통로가 가로막혀 통행할 수 없는 것으로 보여 분명 주위에 사시는 분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 경장은 보고서를 제출해도 미제사건 처리로 진행될 것이 뻔한 것을 알면서, 주변 주택가 및 주차된 차량 등의 블랙박스 등으로 피해 시간대 피해품을 가지고 가는 모습이 있는지 세세히 알아봤다. 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놓여 있는 곳을 파헤치던 중 신고자 주소가 인쇄된 송장의 일부가 대로변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근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비교 및 분석해 피해품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돌려주자, 신고자는 자신의 물건이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상황을 전달받은 나는 직원들이 고맙고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느낌이었다. 신고 접수부터 피해품을 발견하는 4시간여 동안 직원들은 다른 업무를 병행하면서 상호 협력하며 일처리를 마무리한 것이다. 각자의 성향과 성격을 가진 팀원들을 조율하고 소통하면서 한가지 음을 내도록 하는 그런 지휘자. 지휘자에 의해 훌륭한 화음을 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역경찰의 지휘는 귀중하다. 지휘자인 팀장은 팀원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이해하고 노력하며 다가가고, 팀원들의 의사가 다소 표현이 정제돼 있지 않아 비록 주제와 동떨어진 주장일지라도 들어주고 인정해준다면 이해의 울타리에서 소통이 될 것이다. 그 결과로 업무의 성과까지 창출하리라 자신한다.
지휘자의 단원들을 아우르는 지휘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보자. 불편함은 버리고 다른 점은 녹이고 이해하며 ‘지휘자의 지휘에 춤을 추는 지역경찰 활동의 모습’을 보는 ‘지역주민들은 안정과 믿음으로 평온한 생활을 하지 않을까?’라고 그려본다.
김진철 수원중부경찰서 화서문지구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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