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분뇨를 치우던 역부(役夫)가 있었다. 어떤 선비가 그와 교류했다. 제자들은 그와 사귀는 스승이 마땅찮았다. 그러자 선비가 일렀다.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 질서다. 그는 질서를 실천하는 군자(君子)다.” 무위도식하던 양반들을 그렇게 비틀었다.
▶역부와 선비와의 우정은 파격이었다. 선비는 이 역부를 선생으로 불렀다. 양반사회로부터 공격받았다. 그런데도 선비는 이 역부와의 우정을 이어갔다. 그 이면에는 당시 사회에서 차지하는 이 천덕꾸러기의 엄중한 무게가 담겨 있었다.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에 나오는 얘기다.
▶‘예덕(穢德)’에서 예(穢)는 더럽다는 뜻이다. 여기에 덕(德)을 더하면 더럽지만 나름 덕을 갖췄음이다. 곧 질서다. 한양의 으뜸 골칫거리는 인분과 쓰레기 처리문제였다. 예덕선생은 이를 해결해주던 은자(隱者)였다. 그의 동료들은 한양 외곽 농사꾼과 계약을 맺고 거름을 져 날랐다. 이들이 없었다면 한양은 오물투성이였을 것이다. 그게 당시의 질서였고, 나름 지혜였다.
▶하남시가 늘어나는 생활폐기물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쓰레기 처리문제로 어려움에 부닥친 게 어디 하남시뿐이겠는가. 생활폐기물 처리량은 늘고 있지만, 수도권매립지 등으로의 반출량은 되레 해마다 감소하는 탓이다. 하남 인구는 지난 3월 30만명을 초과하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늘고 있다. 지난 1~3월 종량제 폐기물 처리량은 8천357t(하루평균 92.8t)이었다. 2019년 2만7천706t(하루평균 75.91t), 지난해 3만1천334t(하루평균 85.84t)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앞서 수도권매립지는 정부정책에 따라 지난 2018년 기준치를 토대로 해마다 반입량을 줄여가는 반입총량제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해 90%에서 올해는 85%로 줄였다. 이로 인해 하남시는 지난 1~3월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한 생활폐기물량이 1천828t으로 올 한해 할당된 반입총량을 109% 초과했다.
▶하남시는 물론 도내 지자체들이 이용 중인 환경기초시설 소각용량도 한계점을 넘은 지 오래됐다. 어디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지 막막하다. 이럴 때 예덕선생에게 물어보면 뭐라 그럴까. 뭇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도 묵묵히 할 일을 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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