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분단 이후 대북(대남)전단, 이른바 ‘삐라’를 체제 선전과 상호 비방의 도구로 삼아왔다. 그러다 1991년 9월 남북한 UN 동시 가입이 이뤄지고 그해 12월, ‘상호 체제 인정과 상호불가침, 남북한 교류 및 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해 삐라 살포를 안 하기로 했다. 2004년에도 고위급 군사회담을 통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선전활동을 중지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뒤 채택한 ‘4ㆍ27 판문점선언’에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한다고 약속했다.
정부 차원의 전단은 중단됐지만 탈북민단체 등에 의한 전단 살포는 계속됐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위한 법 제정이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위헌 논란과 진영 간 입장차가 불거지며 수년간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체제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 군사적으로 민감하게 대응한다. 2014년 10월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 풍선을 날려보내자 풍선을 향해 13.5㎜ 고사총을 10여 차례 발포했다. 지난해에도 탈북민단체 등이 대북전단을 살포하자, ‘용납 못할 도발’ ‘탈북자 놈들의 무분별한 망동’ 등의 비난을 하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 1년9개월 만에 폭파시켰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최근 DMZ와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천장을 대형풍선 10개에 나눠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한다. 3월30일부터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을 위반한 첫 사례다. 대북전단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접경지 주민들이 강력 반대하는 전단 살포는 북한을 자극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이는 실정법 위반으로 실효성 없는 대북전단 살포는 중지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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