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독서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유럽의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알려졌다.
독서율 평균이 80%를 웃돈다고 하니 10명 중 8명 이상이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셈이 된다. 이 두 정부의문화 정책과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많은 공공도서관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길들인 덕분이라 한다. 특히, 아동문학이 크게 발달한 스웨덴은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얼마나 될까?
문체부가 주관한 2019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성인층 기준 종이책 독서율이 52.1%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거의 5명은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독서시간을 살펴보면 평일 기준 기껏해야 25분에 불과하며, 독서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는 책 이외의 YouTube, App 등 다른 콘텐츠 이용이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매번 이와 같은 아쉽고 불편한 결과에 대한 대책은 이미 뻔히 정답이 나와 있다. 자녀가 유아기부터 부모가 책을 많이 읽어 주고 가정에서 책 읽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대책은 단기 레이스로 해결될 일이 아닌 성장기부터 꾸준히 습관화가 필요한 마라톤과 같이 장기 레이스가 아닌가? 솔직히 속도가 요구되는 현대 생활에서 여유가 없이 살다 보니 책을 읽을 여유도 시간도 부족하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동기부터 주변의 독서 환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이 몸에 익혀져야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현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처방책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와 있는 만큼 배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이 날은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에서 유래된 날짜이기도 하고, 또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사실, 책은 물과 같이 담담해서 처음에는 사귀기가 쉽지가 않지만 일단 사귀어보면 훨씬 깊이 있는 맛과 멋을 선사해주고 인간과 삶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오래된 장맛과 같은 친구와 같다.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변하며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이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잉크 냄새 풋풋한 책 한 권을 읽거나 우리가 평소 잊고 있었던 주변의 고즈넉한 박물관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 옛 향기 가득한 유물과 고서를 보며 망중한을 즐겨보기를 권한다.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는 키케로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4월의 봄날이다.
노상학 한길책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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