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을 통해 생각이나 느낌, 정서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한다. SNS시대가 도래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지난 하루 동안 사람들이 쏟아낸 다양한 말들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말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말의 앞면에는 힘이 될 수 있는 말씀이 있고, 뒷면에는 덫이 될 수 있는 소리가 있다. 말이 말씀으로 옮겨지면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감동시키는 힘을 가진다. 하지만 소리로 전락하면 사람들의 마음으로 스며들지 않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소리에는 잔소리, 헛소리, 막말, 험담, 악담 등이 있다. 특히 남을 헐뜯고 모함하는 데 사용된 말은 언젠가는 덫이 돼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어느 마을에 항상 이웃에 대해 헐뜯고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든 단점을 먼저 들춰내서 창피를 주고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헐뜯어 친구가 별로 없었다.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손님이 찾아와 창가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역시나 그녀는 찾아온 손님에게 맞은편에 사는 이웃집에 대해 험담을 해댔다. “저기 좀 봐요. 옆집 빨랫줄에 널린 옷들이 너무 더러워요. 세탁을 엉터리로 했나 봐요” 그러자 손님이 그녀에게 말했다. “좀 더 자세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웃집 빨래가 더러운 게 아니라 여기 유리창이 더러운 건데요”
반면에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절망과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준다.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고 평화를 선물하기도 하며, 힘이 솟게 한다.
언젠가 모 방송에서 ‘말의 힘’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말의 위력과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는 실험이 소개됐다.이 실험은 두 그릇의 쌀밥 중 하나에는 ‘고마워’라는 이름을 붙인 후 “고마워, 예뻐, 사랑해”라는 긍정적인 말을 하고, 다른 하나에는 ‘짜증나’라는 이름과 더불어 “짜증나, 미워, 넌 왜 이러니?”라는 부정적인 말만을 한 달 동안 들려줬다.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고마워”라는 말을 들은 밥은 하얗고 뽀얀 곰팡이가 누룩 냄새를 풍기며 발효됐고, “짜증나”라는 부정적인 말을 들려준 밥은 썩어버리고 말았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란 세 번 생각하고 한번 말한다는 뜻으로 말을 할 때는 신중히 생각한 후에 해야 한다. 시위를 떠난 말 화살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돌고 돌아 결국 내 등에 꽂히게 마련이다.
진리와 정의, 공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안을 가지고 상대방을 살리기 위한 비판이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前 여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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