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약 이야기] ‘마약류 약물’ 올바른 인식 필요하다

의료용 외 매년 수많은 신종 유입, 식욕억제제·진통제 오남용도 심각

이정근 약사

대검찰청의 <2019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마약류를 불법적으로 투약하거나 공급한 혐의로 적발된 마약사범의 수는 1만6천44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 글로벌 마약유통의 중간통로이자 소비국이 되어가고 있다.

흔히 ‘마약’이라 하면 떠올리게 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비롯해 클럽 약물(Club Drug)’로 알려진 대부분의 불법 약물들과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는 수면제인 ‘졸피뎀’, 수면마취제로 사용되는 ‘프로포폴’ 등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강력한 신종마약류가 매년 유입되고 있다.

은밀하게 거래되는 불법 마약류도 문제이지만, 사실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의료용 마약류로 인한 문제도 이에 못지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한 졸피뎀, 프로포폴 이외에도 식욕억제제로 쓰이는 펜터민과 여러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 및 중독이다.

지난해에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는 경기도청과 경기도약사회의 지원을 통해 도내 60여 약국이 참여한 ‘마그미 약국’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지역주민의 접근성이 높은 약국에서 복약상담과 함께 기본적인 마약류 및 약물중독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지역사회의 잠재적인 약물 의존자를 발굴하고 필요 시 전문상담센터와 치료 재활병원으로 연계함으로써 약물중독을 조기에 개입하고 차단해 경기도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시행됐다. 대부분 실제 상담사례들이 수면제와 식욕억제제 등의 향정신성 의약품이었고, 진통제와 감기약과 같은 일반의약품 사례도 다수 있었다. 사업에 참여했던 주민들 대부분이 그동안 몰랐거나 일상화된 약물 오남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했다는 결과가 도출돼 올해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언제부터인가 각종 광고와 가게 간판 등을 통해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에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등과 같이 ‘마약’이라는 용어가 많이 노출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눈물겨운 마케팅전략인 줄 알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자칫 이러한 ‘마약’이라는 용어를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청소년들에게 ‘마약’에 대한 심리적인 진입장벽을 낮추고, 호기심과 호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과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약물로써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로의 ‘마약’ 오남용도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마약은 이처럼 단순한 재미와 영업수단으로 다뤄질 단어가 아니다. 그 치명적인 위험성과 불법성 그리고 중독자의 비참한 최후와 같은 실체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더욱더 그렇다.

이정근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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