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산업재해 청문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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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지난 8일 노동자 1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협력업체 직원이 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설비교환 작업을 하다 장비에 몸이 끼여 숨졌다. 지난해 12월9일에 산재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최근 3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포스코 및 하청업체 직원이 10명 넘게 사고로 숨졌다.

지난 5일에는 현대중공업에서도 사망사고가 있었다. 작업 중 2.5t 철판이 떨어져 노동자를 덮쳤다.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산재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현황에는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제철 당진공장 등 대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최근 3년 이내 2회 이상 산재 발생을 보고하지 않은 사업장은 포스코와 한국GM 창원공장 등 116개소에 달한다.

급기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사상 첫 ‘산재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건설), 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포스코(제조업), 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택배업) 등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난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근 5년간 이들 기업 소속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16년 679건에서 지난해 1천558건으로 2.29배 증가했다.

청문회는 산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건설·제조·택배업에 대한 질의·답변으로 진행됐다. 건설업에선 대부분 중대재해가 하청 노동자에게서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다뤄졌다. 최근 5년간 중대재해로 다치거나 숨진 건설업 노동자 가운데 하청 비중은 포스코건설 100%(37명), 현대건설 90%(18명), GS건설 89.2%(25명) 등이다.

대기업에서 산재 사고가 반복되는 현상에 많은 국민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산재 청문회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선 안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히 여기고, 산업안전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10곳 중 8곳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면제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안전 강화를 위해 법망을 세심하게 다듬고 종합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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