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我是他非).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인 말이자 신조어인 이 한자 단어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흔한 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의미하는 말이다.
사자성어로는 목불견첩(目不見睫) 정도의 이 말은 지난해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기도 하다. 당시 교수들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 이 같은 말이 우리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는데 서글픔을 느낀다며 이제 희망적인 언어로 치유해나가자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가 아시타비에서 벗어났는지를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온 나라를 집어삼킬 때 우리는 분명 이타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만났다. 그렇게 그들이 온 힘을 다해 막고 있던 사회의 방역망 속에서 아시타비의 얼굴을 감춘 이들은 속속 드러났다.
얼마 전 한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갔다가 황당한 상황을 만났다. 인천의 모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6명이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식당 주인은 자연스럽게 “세 분씩 나눠 앉으세요”라고 안내했고, 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가림막 너머로 대화를 나눴다. 목에는 버젓이 공무원증이 걸려 있었다.
귀를 기울여보니 대화 주제는 코로나19. 코로나로 업무가 갑자기 늘었다는 하소연부터 설 연휴 집에 가지 말라는데 왜 고향에 가 감염이 됐냐는 불평도 나왔다. 정작 자신들은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지키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내가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언젠가는 나에게 누군가가 들이댈 잣대로 돌아온다. 남에 대한 비난을 하기 전 나의 행동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안정세로 돌아서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남의 허물보다 내 티끌을 더 크게 바라보며 조심하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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