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는 죽은 송어들이 떠올랐다. 숲에선 새들의 주검이 넘쳐났다. 곤충들도 사라졌다. 모두 몰살당한 탓이다. 어린 연어들의 먹을거리들도 남지 않았다.”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1962년 발표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의 도입부다.
▶그는 당시 만능 살충제였던 DDT(Dichloro Diphenyl Trichloroethane) 사용에 대해 경고장을 던졌다. 수없이 협박도 받고 공격도 당했다. 우리도 똑같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도 일깨워줬다. 미국의회 증언에선 환경보호정책 수립도 촉구했다.
▶DDT는 산업화시기에 들어섰던 1960년대 국내에선 쓰임새가 많았다. 하얀색의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신학기 때마다 DDT 포말을 하얗게 뒤집어쓰던 기억도 새롭다. 인체에 치명적인 DDT는 이미 그때부터 환경파괴를 예고했었다. 하지만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대한민국에게 환경문제는 사치였다.
▶이후 시민단체들이 속속 결성됐고, 우리도 환경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경은 후손들로부터 빌린 유산’이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환경을 보존하지 못하면 지구도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지구의 종말은 할리우드 SF영화에서도 자주 다뤄졌다. 그만큼 현실로 절실하게 다가왔다.
▶미국 핵과학자모임이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종말시계’를 발표했다. 충격적인 건 (지구멸망시각을 자정으로 놓고 이 시점에서 현재 시각은 불과) 100초 전이라는 점이다. 이 단체는 핵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지구종말시계를 발표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이 DDT를 계속 사용하면 지구멸망을 재촉한다는 경고 이후 60년만이다.
▶핵무기는 여전히 인류에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있다. 화석연료 소비에 따른 기후변화도 위험하다. 더 끔찍한 건 지구촌에는 여전히 핵무기 1만3천여개가 있고, 핵보유국들은 핵전력 현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답보상태인 핵감축도 긴장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구종말시계가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종말시계가 자정 정각을 가리킬 수도 있다. 환경이 잘 보존되지 않으면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얘기는 다 공염불(空念佛)일 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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