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천오층석탑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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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청 옆 이천아트홀 잔디광장에는 일본이 강탈해 간 ‘이천오층석탑’의 모형이 세워져 있다.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가 시민 성금 1억5천100만원을 모아 모형 탑을 제작, 지난해 10월16일에 세웠다. 석탑 환수를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여기엔 ‘이 자리는 이천오층석탑이 놓일 자리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진 표석이 있었다. 표석은 2009년 5월 세운 것으로, 이후 모금운동을 통해 모형 탑을 건립했다. 탑 옆에는 2019년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제막된 ‘평화와 인권의 영원한 소녀 김복동상’이 자리해 있다.

이천오층석탑은 고려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높이 6.48m의 방형석탑으로 균형미가 뛰어난 국보급 석조문화재다. 이천향교 인근에 있던 오층석탑은 1915년 일본이 한일병합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장식을 위해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이후 문화재 수집광이자 일본의 실업가인 오쿠라 기하치로의 수중에 들어가 1918년 일본으로 반출, 도쿄의 오쿠라호텔 뒤뜰에 서있다.

이천시는 2008년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를 구성, 오쿠라문화재단과 협상하며 환수운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오쿠라문화재단은 오층 석탑이 도쿄에 있어도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 언제든 볼 수 있고, 일본 국민도 한국 석탑을 감상할 기회가 되는 데다 다른 박물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또 국가 문화재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어 일본 정부가 반환을 허용해야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석탑 반환은 한일관계의 냉각과 정부의 관심 등이 줄면서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이천시민의 환수 의지는 강렬하다. 이천시와 시의회가 이천오층석탑의 환수를 위해 국외소재 문화재 실태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서학원 시의원이 최근 ‘이천시 국외소재 문화재 보호 및 환수활동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이천시장이 국외소재 문화재의 현황, 보존·관리실태, 반출 경위, 관련 자료 등에 대해 조사·연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문화재위원, 향토사학자 등으로 ‘이천시 국외소재 문화재 실태조사단’을 꾸려 보호 및 환수와 관련된 활동을 하도록 했다. 강제 반출된 이천오층석탑의 귀향이 쉽지는 않겠지만 조례 제정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빼앗긴 이천오층석탑이 제자리로 돌아올 날을 염원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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