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5인 금지’ 설 명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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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에는 어디 댕기지 말고 내년 설에 마카모예’. 강원도 강릉시가 설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카모예’는 ‘모두 모여’라는 강릉 사투리.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니 내년 설에 모두 모이자는 내용이다.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자식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아쉬움이 정겨운 사투리에 담겼다.

강원도 동해시는 ‘님아, 동해 망상 나들목을 건너지마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충북 제천시는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 ‘아들, 딸아 조금만 더 참자! 꽃 피는 봄에 보자꾸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설 연휴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며 구수한 사투리로 표현한 현수막을 걸거나, 톡톡 튀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귀성ㆍ역귀성 자제와 방역수칙 준수 등 ‘이동 멈춤’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설 연휴기간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내려 고향방문 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만남도 금지했다.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은 모일 수 없다. 방침을 어길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설을 앞두고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찾아봬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처럼 엄중한 시국에 무리하게 고향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 엇갈린다. 추석만 잘 넘기면 진정될 줄 알았던 코로나가 여전히 기세를 떨치자 시골마을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이번 설에는 가족이 둘러앉아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눌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난 추석처럼 쓸쓸하게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올해 설 풍경도 180도 달라질 전망이다. 따로 사시는 부모님을 형제ㆍ자매가 같이 만나기는 어려워졌고, 자식된 도리로 가봐야하지 않겠냐는 사람들은 4인 이하로 순번을 정해 번갈아 가야 하는 웃픈 상황이다. 정부 지침에도 반드시 차례를 지내는 집안 분위기나, 부모님이 오라고 하는 뜻이 강경한 경우 가정 불화가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이 가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가 코로나 재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쉽고 서운하지만 더 큰 피해 방지를 위해 설 모임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방역수칙을 준수해 ‘봄 4차 대유행’을 막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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