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등판할때마다 팀에서 저를 데리고 온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며 스무살 시절 자신감과 초심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겠습니다.”
프로야구 19년차 우완투수 안영명(37)은 생애 처음으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소감을 이 같이 말했다.
5일 KT 위즈의 1군 스프링캠프가 열린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안영명은 “한화 시절도 그렇고 KIA에 잠시 몸 담았던 시절도 그렇고 붉은 유니폼과 인연이 있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새 유니폼을 입은 소감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팀에 융화가 되겠다고 밝혔다. 20년 가까이 몸담은 한화를 떠나 KT에 입단해 분위기가 낯선데다 졸지에 투수조 최고참이 된 점도 부담이지만 부담보다 감사함이 앞선다고 말한다.
안영명은 “새 유니폼을 입은만큼 겸손한 마음으로 팀에 융화되겠다”라며 “투수로서의 기량,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끄는 것 등이 코칭스태프가 제게 기대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방출 된 날 멍한 정신을 추스릴 새도 없이 헬스장과 집을 오가며 몸을 만들었다. 현역 연장 의지 외에도 게을러지기 싫다는 생각에 운동을 이어온 셈이다. 당초 몸을 늦게 만드는 편이지만 올해는 자연스레 몸 상태를 일찍 끌어올려 후배들과의 경쟁 준비를 마쳤다.
그는 지난해 KT의 불펜 평균자책점이 4.69로 리그 3위에 오른만큼 경쟁자들의 면모가 쟁쟁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들과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이닝을 빨리 끝내는 유형이라는 점과 선발ㆍ불펜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비롯해 경험, 구위, 체력면에서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다.
또, 밖에서 본 KT는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었지만 입단해보니 그 이상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간 대화도 원활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 올 시즌 기대감도 더욱 높다고 한다.
그는 “유원상, 이보근, 전유수 등 베테랑 불펜이 재기한 사례가 많은 팀 아닌가”라며 “투수 출신인 이강철 감독님과 박승민 투수코치님도 올해 제게 베테랑 불펜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하셨으니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던 이유도 이날 설명했다. 한화에서 방출 후 2~3곳에서 지도자 제의를 받았지만 몸 상태가 좋았으며 아직은 코치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코치는 선수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위치지만 자신에겐 아직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15년부터 대전 우송대 대학원 스포츠건강관리학과에 진학해 스포츠심리학을 배웠다. 현역 시즌 중에는 학과 강의를 들을 수 없어 꾸준한 독서로 대체 중이나 향후 선수의 심리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목표도 강하다.
안영명은 “스무살 시절의 도전 정신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겠다”라며 “캠프에서 내가 가진 장점을 어필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권재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