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 프로야구에 찾아온 타고투저는 리그 내 ‘장타 우선주의’를 만연하게 했다. 더욱이 타 포지션 대비 타격 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외야수의 경우 단타 생산 유형의 타자보다는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각광받게 됐다.
그럼에도 올해까지 통산 932타수 동안 0홈런에 그친 KT 위즈 외야수 조용호(32)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각별하다. 정교한 컨택능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도 내고, 상대 투수의 진을 빠지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용호의 타석당 투구수는 4.48개로 리그 1위였다. 장타를 생산해내지 못해도 현장과 팬이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5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KT의 1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조용호는 자신의 타석 접근법과 올 한해 각오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했다.
조용호는 “타석에 들어설 때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놓고 존에 들어오는 공은 적극적으로 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라며 “결국 많은 투구수와 선구안의 원동력은 컨택”이라고 자신의 타석 접근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특유의 정교한 컨택의 원동력으로 ‘타이밍’을 지목했다. 그는 다른 타자와 비교해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둔다. 미ㆍ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교타자 상당수가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둔다는 점에 착안한 자신만의 타격 비법이다.
지난해 31살의 나이로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체력관리와 부상방지 요령도 익혔다. 당초 비시즌 기간 동안 필라테스와 요가를 배우려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유튜브를 통한 홈트레이닝으로 약점인 유연성 보강에 나섰다.
올해는 약점 보강을 마친만큼 지난해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 도전에 나선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입성 외국인 투수의 구위가 점점 상승하고 있는만큼 외국인 투수 상대 타율을 높여야 겠다는 생각도 강하다.
이미 지난 시즌 타율 0.296, 출루율 0.392를 기록하며 A급 교타자로 성장했지만 ‘저조한 장타력’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따라붙고 있다. 이에 그는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방향을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작년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 초 전년 대비 80% 인상된 연봉 1억3천만원에 도장을 찍은만큼 성적으로 팀에 보답할 계획이다.
조용호는 “홈런 몇 개 더 치겠다고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포기하기 보다는 지금 장점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라며 “1군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한 적이 없는만큼 올해도 내 자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뛰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4번을 제외한 모든 타순에서 뛰었다. 올해도 팀이 요구하는 타자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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