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외교에 공짜는 없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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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16일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에 보내는 ‘통일의 소’ 1천마리 중 1차분 500마리를 트럭에 싣고 판문점을 통해 방북했다.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한 정 회장의 대장정은 남북한 교류협력사업의 밑거름이 됐다. 이 순간을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기소르망은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하늘길을 열어 평양을 방문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땅의 길인 평양~개성고속도로를 달려 평양에 도착했다. 정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은 개성공단 건립이라는 남북경협의 대표사업을 만들어 냈다. 불과 4년 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세 차례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통일을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6ㆍ15남북공동선언(1차), 핵 문제 해결을 위한 3ㆍ4자간 정상회담 추진을 담은 10ㆍ4 남북공동선언(2차),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3차)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오늘날까지 주민의 인권에 눈을 감았고 핵 문제는 여전히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남북경협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소도 폭파했다.

정치권이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에 의해 삭제된 북원추(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파일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며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산업부 해명대로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 경협 활성화를 대비한 아이디어 차원으로 검토할 수 있다. 진보성향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민족=동질성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북한에 아낌없이 주는 키다리아저씨가 됐다. 우리나라는 탈원전하면서 북에 원전을 짓느냐는 모순도 천만번 양보하자. 김정은이 고맙다고 할까? 정상회담 선언문에 서명하고도 지키지 않는 그들이다.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 기본 전제다. 외교에 공짜는 없다. 허망한 대북환상에서 벗어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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