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등교와 학교생활 등 학생들의 평범한 일상을 집어삼켰다. 책가방 대신 태블릿PC를 찾고, 어쩌다 잠깐 학교에 다녀오고, 수업도 등교와 원격을 번갈아 실시한다. 친구들과 사귀기는 커녕, 같은 반 친구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른다. 학생들이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하며 소외감과 우울함을 느낀다고 한다.
온라인을 통해 등교하고 수업하는, ‘줌(ZOOM) 세대’의 학교생활은 미흡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상당수 학교의 원격수업은 ‘출석체크’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45분짜리 수업을 10분 만에 끝내는 경우도 있다. 교사는 조례와 종례 때 출석을 체크하고 과제만 확인한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붙잡고 게임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문제는 원격수업의 수준이 교사나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학력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코로나 유행으로 지난해 학교에서 원격수업이 많아지면서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력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더 우울해졌으며, 영양 불균형 등 여러 가지 부작용에 시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학생은 전년도에 배운 한글이나 구구단 등 기본 교육과정을 잊는 ‘학습퇴행’ 현상도 보였다. 이같은 내용은 한국교육개발원의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 학생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전보다 많이 먹고, 게임이나 미디어에 중독되면서 운동과 수면이 부족했다. 받아쓰기나 덧셈ㆍ뺄셈을 못하거나 구구단을 잊어버린 경우도 많고, 가정 내에 불화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교육을 받기 어려워 학교수업이 중요한데 휴교와 원격 수업이 반복되면서 안정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잃고 타격을 입었다.
우왕좌왕하는 원격수업이 낳은 학력 격차를 줄일 해법이 필요하다. 줌 세대에게는 기존 공교육이 할 수 없었던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모든 교사가 원격수업에 매달리지 않게 각 학년 및 과목에서 수준높은 원격수업 콘텐츠를 모은 아카이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일선 교사는 학생 개인별 맞춤형 수업이나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 팬데믹 2년차인 올해를 교육 대전환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학교 교육을 ‘주입식’에서 ‘자기 주도 학습’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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