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프리카 사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눈이 내려 쌓이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화제가 됐다. 무더위로 유명한 이 지역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눈이 내려 사막과 언덕이 하얗게 덮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눈을 뒤집어 쓴 낙타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곳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간 것은 50여년 만이다. 눈을 보고 흥분한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기뻐할 일은 아니다. 기상이변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54일에 이르는 사상 최장기간의 장마가 이어졌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686.9㎜로,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장마가 지나간 후에는 태풍 3개가 연달아 한반도를 덮쳤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와 동쪽 지방에선 2m 넘는 폭설이 내렸다. 한반도에 한파가 왔을때 중국 헤이룽장성 지역은 최저기온 영하 44.7도를 기록했다. 미국 콜로라도에선 지난해 9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다 하루아침에 영하로 떨어지며 폭설이 내렸다.
기상이변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지구적 현실이다. 한국은 국제 기후변화 대응행동 연구기관들로부터 2016년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됐다. 기후 악당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한다. 한국이 기후 악당으로 지목된 이유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이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첫 번째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꼴찌에서 두 번째다. 프랑스는 2022년, 영국은 2024년, 독일은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지하기로 했지만, 한국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건설하고 있다. 2034년까지 기존 60기 중 30기를 폐기 방침이지만,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을 고려하면 ‘탈석탄’에 안일하다.
한국은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지표화한 2020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61개국 중 58위를 차지했다. 이런 이미지는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제사회의 감시와 견제를 불러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정부의 실천의지는 약하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유보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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