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출산장려금 경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행정안전부가 1월 초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838명(0.04%) 줄었다. 지난해 출생자는 27만5천815명으로 전년 대비 10.65%(3만2천882명)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3.10%(9천269명) 늘어난 30만7천764명이었다. 주민등록인구 감소는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또 10대~30대 인구는 줄어든 데 비해 60대~70대 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저출산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4분의 1로 증가해 정부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총 인구가 감소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코로나19 충격에 출산율 하락 속도가 더욱 가파를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0.98명)를 기록한 후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 3분기엔 0.84명까지 하락했다. 인구 유지 수준인 2.1명의 절반도 안 된다.

저출산 쇼크가 인구 감소로 현실화하자 지방자치단체마다 출산장려금을 늘리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전국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지출한 출산지원금은 약 3천822억원으로 전년(약 2천827억원) 대비 35%가량 올랐다. 파격적인 출산 유인책들이 눈길을 끈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지자체까지 나왔다. 경남 창원시는 결혼하는 부부에게 1억원까지 ‘결혼드림론’을 지원하고, 10년 안에 셋째 아이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제해준다. 충북 제천시도 셋째 아이를 낳으면 주택자금 대출 5천150만원을 갚아준다. 전남 영광군은 신혼부부에게 장려금 500만원을 준다. 첫째 아이 500만원, 둘째 1천200만원, 셋째~다섯째 3천만원을 지급한다.

출산장려금은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매년 감소 추세다. 지자체 출산장려금이 국가 전체 출산율을 높이기보다 인근 지역 인구를 빼앗아오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현금성 지원 경쟁은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여 ‘지방소멸’ 위기를 돌파하려는 고육책이지, 지속가능한 해법은 아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며, 일할 수 있는 사회 기반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