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항모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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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은 동북아 최강이었다. 함포를 갖췄기 때문이다. 해전(海戰) 수행에 최적(最適) 이었다. 일본 군함은 전투함이 아니라, 병사들을 태운 수송선 수준이었다.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전 조선 군함은 13척이었다. 일본 군함 수백척을 격파했던 명량대첩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임진왜란 이전 서양에선 그 유명한 트라팔가르 해전이 있었다. 당시 넬슨 제독이 지휘했던 군함에 함포들은 탑재되지 않았다. 역사학계에 따르면 조선 해군과 영국 해군이 해전을 벌였더라도 능히 영국 군함들을 격파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거북선의 존재가 조선 해군 전략적 지위강화에 한몫했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최초의 철갑선이었다는 견해에도 무게가 실린다. 조선 군함은 판옥선(板屋船) 이었다. 바닥이 평평하고 윗부분에 판옥을 만든 형태다. 항공모함(항모)에 비견된다.

▶거북선 철갑선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국내 일부 거북선 연구학자들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세계 최초 철갑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홍순구 순천향대 교수는 이에 반박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 거북선이 세계 첫 철갑선이라는 입장이다.

▶항모는 영어로 Carrier다. 수송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전투기 등이 착륙하는 모함(母艦) 기능이 더해진다. 경항모(경항공모함:Light Aircraft Carrier)도 있다. 보통 배수량 1만~2만5천t급 안팎의 항모를 일컫는다. 경항모는 2000년대 들어 다목적 헬기와 상륙전력까지 탑재하는 강습상륙함 용도도 겸하는 다목적함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최근 경항모 건조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연초부터 경항모 얘기를 꺼낸 까닭은 중국과 일본 때문이다. 중국은 스텔스기를 탑재한 항모를 작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앞으로 두척을 더 만든다. 일본은 헬기모함이었던 3만t급 이즈모급 2척을 스텔스기 운용체제의 항모로 개조해 전력화한다. 일본 자민당은 7만t급 항모 확보도 거론하고 있다. 동북아 미래 안보환경도 따져봐야 한다. 이웃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비하려면 우리도 경항모보다는 항모를 건조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전략적 속셈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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