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실직자’는 계속 일하고 싶어도 직장의 휴·폐업, 명예퇴직, 정리해고, 사업부진 등 고용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닥친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가 처음 2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가 219만6천명이었다. 전년 대비 147만5천명(48.9%) 증가한 규모다.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0년(186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78만9천명)에도 200만명은 넘지 않았다.
실직 사유로는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가 110만5천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48만5천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34만7천명)’, ‘직장의 휴·폐업(25만9천명)’ 등의 순이다. 비자발적 실직자 가운데는 일용직 근로자나 ‘나홀로 사장’ 등 취약계층 비중이 높았다. 임시근로자가 40.3%(88만4천명), 일용근로자가 23.2%(51만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9.6%(21만명)를 각각 차지했다. 상용근로자는 18.2%(40만명)로 조사됐다.
비자발적 실직자 중 실직 이후 계속 구직활동을 해 실업자로 분류된 사람은 59만8천명, 구직을 단념하거나 그냥 쉬는 등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가 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은 159만8천명이었다. 비자발적 실직자의 급증은 가정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비자발적 실직자의 절반가량(49.4%·108만5천명)이 한 가구의 가장으로 조사돼 걱정스럽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이나 임시·일용직 등 고용 취약층은 갈수록 소득이 줄고 있는 반면 소득 상위층이나 부동산·주식 등 자산을 가진 계층은 소득이 늘어났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심화는 경제문제를 넘어 사회통합을 어렵게 한다. 해소책은 결국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취약층의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도 진작된다. 정부는 혈세를 투입해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재정을 동원하는 땜질식 처방으론 한계가 있다.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민간기업의 투자활력을 높여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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