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던 시절의 겨울은 11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벙거지 같은 방한모를 깊숙하게 눌러써도 귀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교실 나무 바닥은 얼음장 같았다. 딛고 서 있으면 발바닥 감각이 얼얼했다. 엄청 추웠다. 배부르게 먹지 못하고 따뜻하게 입지 못하던 탓에 더 매서웠을지도 모른다. 동장군(冬將軍)은 그렇게 3개월을 호령했었다.
▶그땐 어지간히도 따뜻함이 그리웠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벌써 겨울을 걱정했었다. 오죽하면 영국의 스티브 밀러 밴드(Steve Miller Band) 같은 록그룹도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새들은 여름을 찾아 날아가 버린다”고 호소했을까. 1970년대 영국의 겨울도 ‘윈터타임(Winter Time)’ 노랫말처럼 뺨을 스치는 바람이 칼날처럼 예리했나 보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영하 20℃의 한파가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추위는 ‘북극진동’ 지수가 지난달부터 음(-)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 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 등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진동이 음으로 바뀌면 북반구 중위도 지역으로 찬 공기가 내려온다. 최근 동아시아~베링해 부근 기압계 이동이 매우 느려진 가운데 시베리아 부근 차가운 공기가 동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부근으로 빠르게 남하하면서 강력한 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은 “7∼9일을 정점으로 점진적으로 기온이 오르나 오는 12일까지는 평년보다 낮겠고 오는 13일 이후부터 평년 수준인 서울 기준 아침 최저기온 영하 6℃, 낮 최고기온 1∼2℃를 회복하겠다”고 내다봤다. 흔히 이런 맹추위를 ‘북극한파’라고 부른다.
▶지난해 12월 말 찾아왔던 반갑지 않은 손님이 제1차 북극한파였다. 그러니까 이번 추위는 제2차 북극한파인 셈이다. 한강도 얼었다. 폭설까지 내렸다. 코로나19로 경제까지 한파다. 험난한 난국을 극복해야 하는 의지까지 얼어붙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