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는 집 앞 텃밭에서 아무렇지 않게 태웠다. 태울 수 없는 쓰레기는 공터에 묻었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겨울이면 동네 공터는 주민들이 버린 연탄재가 산처럼 쌓여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됐다. 그 시대에는 대낮에 버젓이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버리는 행위가 당연시됐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됐다.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는 번거로움에 종량제 봉투 도입 초기 저항이 거셌다. 무엇보다 그동안 마구잡이로 버렸던 쓰레기를 돈을 내고 버려야 하다니…. 충격이었다. 몇 푼 되지 않는 봉투 값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서야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선 안 된다는 인식이 제대로 생겼다.
▶근래 들어 쓰레기 처리 문제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를 동남아로 수출했다가 평택항으로 돌아오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불법 처리업자가 전국 곳곳에 쌓아 놓은 쓰레기 산 처리 문제는 지자체의 심각한 골칫거리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하고 경기도와 서울시에 각자 대책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수원 영흥공원 아파트 단지 개발 부지에서 기초공사 중 10만여t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현재로선 누가 언제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쓰레기다. 시에서도 모른다고 한다. 개발 사업자는 울상일 수밖에 없다. 이곳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도 불안하다. 수십년 전에 불법 매립한 쓰레기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사회 갈등까지 조장하는 형국이다. 결국 10만여t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경기지역 미군 공여지 개발 지연도 쓰레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미군이 주둔지를 평택으로 이전했다. 그렇게 남아진 미군기지 공여지를 개발할 수 있다는 소식에 각 지자체는 장밋빛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막상 미군 공여지 개발은 쉽지 않았다. 환경 정화를 완료했다는 공여지를 파보면 폐기름이 나왔다. 이 문제를 누가 책임 질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사이 공여지 개발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사회 문제가 되는 과거부터 물려받은 ‘쓰레기 유산’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