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2021년 작고 단순한 행복 다시 찾아오길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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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갑자기 쓸쓸함이 몰려오곤 했다. ‘지난 한 해 내가 결심했던 것들은 올해도 또 헛구호였을 뿐이구나’하는 후회와 법적 나이는 자꾸 먹는데, 심적 나이는 먹지 않는 철없음에 대한 창피함이 한번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은 좀 달랐다. 이처럼 한 해와의 작별이 후련했던 적이 있을까. 각자의 얼굴을 반쯤 가려버린 마스크 사이로 서로의 감정을 얼굴에서 느끼는 일이 불가능해지고, 모든 것들이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장벽을 만나 변해버린 지금. 나는 그 어느때보다 2020년이 가는 게 반갑다.

얼마 전 출입처 한 곳에서 달력을 받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달력으로 돌렸더니 글귀 하나가 가슴에 와 박힌다.

시인이기도 한 장석주 작가의 에세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속 한 구절이다.

“행복은 늘 작고 단순한 것 속에 있다.”

그렇다. 아니, 돌아보니 그랬다. 멀리서 서로를 단번에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다가와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일이 이다지도 소중한 일상일지 몰랐다. 서로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그날의 고단을 털어내고, 그날의 설렘을 나누는 일이 소소하지만 우리를 또다시 살게 하는 원동력인 행복이라고는 그땐 미처 몰랐다.

어쩌면 지난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것은 그 작고 단순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깨닫게 하는 교훈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다가올 2021년, 어느 땐가 다시 우리에게 그 일상이 찾아온다면 함께 가는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이제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에겐 반드시 일상 속 작고 단순한 행복이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땐, 누구보다 멋지게 그 행복을 즐길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2021년, 당신에게도 그 일상이 다시 오길.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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