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이 또 총파업을, 기아차는 9년 연속 파업을 했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사람들은 모임도 취소하는데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아차는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이, 민노총은 ‘노동법 개악 저지’가 파업의 이유다. 기아차의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은 결국에 협력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재원과 청년 일자리 감소를 수반한다. ‘노동법 개악 저지’는 민노총이 아니라 국민과 경영계가 요구할 문제다. 지금 국회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전에 노조 3법(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한다. 통과되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불법 파업으로 해고된 근로자가 노조 간부로 일하며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파업을 일으키고, 고위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해 철밥통을 꿰차고 경찰도 파업을 벌이며,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치교육을 해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ILO 협약은 비준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은 협약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협약의 취지는 국민 누구나 노조 등 단체를 만들 수 있는 노동기본권의 강화에 있다. 그러나 ILO의 협약이 유럽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아예 외면한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등 역대 정권에서 비준을 검토했다가 결국에 하지 않았다. 유럽은 노조가 조직은 물론 단체교섭을 한국처럼 기업이 아니라 산업이나 지역 단위로 하기에 조합원 자격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 노조 사무실이 한국처럼 회사 안이 아니라 바깥에 별도로 있고 노조 간부의 급여도 한국처럼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또 파업을 벌여도 회사 밖에서 시위나 농성을 벌이고 회사는 파업에 대항하도록 다른 사람을 생산현장에 투입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노조는 특권화됐다. 법이 노조는 과보호하고 사업주에 엄격해 노사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사업주가 노조 활동을 방해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벌금도 아닌 형사처벌을 받지만,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는 제도가 없어 노조가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해도 막기 어렵다. 노조는 툭하면 파업을 벌여, ILO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 천명당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가 2017년 기준 한국은 43.2일로 일본(0.3일), 미국(3.1일), 영국(10.2일)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다. 또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노조가 대기업ㆍ공공부문에 편중돼 있다. 노조 조직률은 공공이 68.4%로 민간(9.7%)보다 7배 높고, 1천명 이상 사업장은 70% 넘는 반면, 근로자의 67%가 일하는 30인 미만은 0.1%로 ‘조합원 제로’다.
노조의 특권은 불평등을 키웠다. 노조가 정규직조합원의 기득권 보호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정규직 급여는 월 361만원으로 비정규직(164만원)보다 2.2배 많다. 대기업ㆍ정규직ㆍ조합원은 월 424만원으로 중소기업ㆍ비정규직ㆍ무노조(152만원)와 격차가 2.8배로 더 커진다. 근속연수는 대기업 13.7년으로 중소기업(2.3년)보다 6배 길고, 근속연수로 임금이 결정되는 호봉제 비율도 대기업 60.9%로 100인 미만(15.8%)보다 4배 정도 높다. 30년 이상과 1년 미만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4.4배로 대부분 국가(1.5배)보다 300% 크다. 불평등으로 국민은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다. 통계청의 ‘2019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그 비율은 전년 대비 3.0%p 하락했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외로운 사람은 4.5%p 늘었다. 민노총은 겸허해져야 한다. 국민의 요구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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