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친환경 자원순환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며 쓰레기로부터 인천 독립을 선언했다. 공언했던 대로 2025년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하고 발생지 처리 원칙에 충실한 환경정의 구현과 미래세대에 녹색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천시가 자체매립지와 소각장 건립 사업 후보지 공식 발표하는 등 사실상 독자노선을 본격화하자 그동안 합의문 단서 조항만 믿고 매립 종료에 소극적이었던 서울, 경기 등 각 지자체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기준 연간 서울 143만t, 경기 125만t에 이르는 폐기물이 앞으로 갈 곳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로 수도권매립지가 사용 종료되면 수도권 특히 서울과 경기의 쓰레기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쓰레기를 반입하거나 이를 막으려는 지자체 간 충돌과 갈등도 우려된다.
인천 내 상황도 복잡하다. 인천시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매립지에 불연성 폐기물과 소각재를 매립할 예정이다. 즉 소각장 설치가 필수 전제가 된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10개 군·구별로 1개씩 소각장을 지어야 하지만 재정 절감과 효율성을 고려해 자원순환센터라는 명칭으로 권역별 광역소각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자체매립지로 결정된 옹진군을 비롯해 광역소각장이 신설되는 중구, 남동구, 강화군 등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는 즉각 반발했다. 소각장 이전·폐쇄를 기대했지만 시설 현대화를 통해 기존의 청라, 송도소각장을 연장 사용하게 될 서구와 연수구 역시 마찬가지다.
각 지자체가 대표적 혐오시설인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누가 자기 집 앞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고 재를 묻는 것을 반기고 환영하겠나? 그러나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를 누군가는 처리해야 한다.
인천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 일본의 요코하마에서는 40년 전부터 쓰레기를 직매립하지 않고 있다. 주로 소각 형태로 폐기물을 처리한다. 그래서 도시 내 소각장이 많다. 기반시설이자 생활필수시설로 한 도시에만 소각장이 6개나 있는 곳도 있다.
오스트리아, 덴마크처럼 소각장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주민들의 사랑과 관광객을 끌고 있는 곳도 있다. 중국 역시 경제중심도시 상해 푸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소각장을 건설하고 있다. 소각 형태로 바뀌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박 시장은 스스로 자체매립지, 소각장 문제는 재선이 힘든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자원순환정책의 대전환을 위해 총대를 메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일. 인천시의 친환경 폐기물 정책과 박 시장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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