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재해, 무사고라는 꿈을 쫓아가다

우리나라의 건설 현장의 현실. GDP 세계 12위, 표면상으로만 보여지는 한국이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은 23년 동안 21회 1위를 기록했고, 산재사고사망률은 2005년 이후부터 꾸준히 3위권을 기록 중이다. 지난 3년간 산업재해 사망사고에서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가 1312명(51%)이며 사고 유형은 추락(781명·59.5%)이 가장 많고 공사금액 ‘20억 미만 공사’가 사망자 중에서도 892명(70.7%)를 차지한다. 통계를 보면 GDP는 높아지지만 산재율은 여전히 최악이다. 20세기 후반은 새롭고 역동적인 삶을 요구한 시기였다. 해방 당시 45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경제규모로 성장하기까지 한국인들이 쏟은 근검과 절약의 정신,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재건과 성장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사람보다는 공정 중심, 안전에 대한 무관심.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결과가 작용 반작용에 법칙에 따라 결국 여러 대형 산업재해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였다.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을 사업주 측에서 보면 주로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대책이나 예방대책의 미비·부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건설 현장의 악습이다. 현장 내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고가 났을 경우거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여러 기관에서 점검 시에만 안전조치를 하며 문제가 생겨야 만이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 건설 회사를 경쟁 입찰로 선정하여 건축주는 싸게 건축물을 올리려 하고 시공회사는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려 하니 기준 미달 자재 사용을 한 경우도 있고 공정에만 급급해하며 안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소규모 현장 이와 같이 안전관리자 없이 공정이 진행되다 보니 안전에 관한 교육 및 관심이 사업주도 근로자도 아무도 없다. 계도를 하게 되어도 현장 소장 같은 경우 관리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건축법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부족하다. 현장 소장은 공정이 늦을수록 이윤이 줄기 때문에 회사 내 입지를 위해 공정을 우선시 생각하고 안전관리자 같은 경우 현장 안전 내 관리를 하여야 하는데 서류 작업도 가장 많고 근로자 교육 및 안전시설물 관리까지 해야 하니 안전관리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내에서 관리 감독을 집중적으로 못하는게 현재 상황이다. 이렇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장에 대해 계도를 하여도 실질적으로 안전에 관하여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게 우리나라 건설 현장의 현실이다.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을 근로자 측에서 보면, 근로자의 피로, 근로자의 작업상의 부주의나 실수, 근로자의 작업상의 숙련 미달 등을 들 수 있다. 人命在天이라고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시는 분들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활동을 하며 많이 보았다. 나는 작업자분들에게 부탁을 한다. “안전모라도 좀 써주세요!”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하며 보호구 미착용을 일상화하며 순간만 편한 그런 선택을 하며 작업을 하신다.“내가 일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하나도 안 위험하다” “불편하다”, “에이 설마 뭔 일이라도 있겠냐” “다치면 산재처리 하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하시다가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소중한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을 슬픔에 빠트린다.아무리 숙련자여서 익숙하다 해도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소홀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절대로 나에게는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 이런 막연한 생각이 산업재해를 부른다.

지난 4월부터 경기도에서 건설 현장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를 도입했다. 건설 현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점검하며 개인 보호구 착용을 계도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힘쓰는 활동으로 경기도 10개 시, 5개 권역으로 10명의 지킴이와 1명의 매니저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킴이 분들과 매니저인 나는 함께 산업재해 예방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에게는 작업 중지 권한이 없어 현장 내 계도는 가능하나 실질적으로 행정조치가 가능한 부분은 산업안전보건공단 PATROL 요청 밖에 하지 못해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아쉽게 느껴진다. 공단 PATROL 요청을 하여도 공단 자체 점검 후 공단에서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행정조치를 요청하는데 소규모 건설 현장 같은 경우 공정이 주마다 바뀌는 경우가 허다해 이 기간을 초과하여 보고가 된다. 실질적으로 현장에 위험요인이 생기고 나서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가 산재예방 조치를 하여도 조치되는 과정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길어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시간이 지나가게 된 부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직도 소규모 현장에서는 사업주와 노동자의 안전불감증이 공공연하다. 사업주와 근로자 둘 다 현장 안전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만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는 자본주의적 마인드의 사업주, 안전불감증의 근로자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건설 현장의 오래된 관행과 요행을 타파하려면 강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나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 강제력이 작업중지권인데 이 권한은 노동부의 근로감독관만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생명 지키기 프로젝트인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재명 도지사는 지자체에 노동 경찰 도입 및 권한 이관을 정부에 요구하였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근로감독관 인력으로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명확해 권한을 지방으로 이관해 보다 강력하고 세밀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작업 중지 권한을 공동 소유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형 산업재해들이 2020년에 많이 일어났는데 사고가 나기 전 누군가 작업 중지를 하게 하였다면 이런 참사가 안 생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으로 무사고, 무재해는 아직 우리에게는 꿈만 같은 단어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전을 신앙으로 무재해를’이라는 신념을 가슴 속에 새기고 나는 오늘도 현장에 간다.

박영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총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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