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적성해(露積成海) -‘작은 관심’이 모여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

임국빈 서장 프로필 사진

옛말에 노적성해(露積成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고, 손가락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계속되면 우물에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으로 우리의 일상 속 안전에 항상‘작은 관심’을 가진다면 각종 재난을 예방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이어 일교차가 커지더니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나고 옷장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 입다 보면 문득 겨울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계절 중 겨울은 소방관들에게 유난히 혹독하고 바쁜 계절이다.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의 특성상 크고 작은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 되면서 야외 활동보다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나와 가족이 함께하는 가정에서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작은 관심’을 통해 큰 재난을 예방하는 데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계절별 화재 발생 건수는 겨울철이 27.6%로 높은 점유율을 보였으며,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역시 사망자와 부상자 모두 사계절 중 겨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화재 발생 장소는 주거시설이 27%로 가장 높았으며, 화재 원인은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연중 겨울에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가정 내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겨울철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전국의 소방관서는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화재 예방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활동에 나서고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수립해 각종 캠페인, 홍보 활동, 소방특별조사, 안전컨설팅 등 화재 예방 및 대응 활동에 온 역량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겨울을 더욱 힘든 계절로 만든다. 겨울철 화재의 주요 원인인 전기매트, 전기히터, 난로 등의 취급 부주의는 대형화재로 이어져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유발하게 된다.

이에 겨울에 흔히 사용하는 난방용품에 대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아보겠다.

첫째, 전기난방 용품의 경우 안전인증(KC마크)을 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난방 기구 재사용 시에는 전선피복이 끊어지지 않았는지 반드시 확인 후 사용해야한다.

둘째, 라텍스(천연고무)는 열에 약하고 인화성이 높으며, 열을 축적하는 성질이 있어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할 경우 화재의 위험성이 매우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셋째, 난방 기구는 전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과부하를 발생 시켜 합선에 의한 화재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뽑고 외출 시 반드시 전원을 꺼야한다.

넷째, 전기난로나 화목난로 주변에는 빨래 등을 말리지 말고 가연성이나 인화성 물질이 있는지 확인해야하며 사용 시 주변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구비해 화재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발생 사실을 조기에 인식해 화재 대피를 도와주고 소화기는 초기 진압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장비이다.

이러한 방법들로 모든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에 대한 ‘작은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노적성해(露積成海)의 고사를 되새겨 보면서‘작은 관심’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의 행복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임국빈 용인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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