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우리가 잘 아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가사 일부다. 이 노래는 바리톤 김동규의 대표곡으로 10월이면 여기 저기 불리며 가을에 잘 어울리는 노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곡의 원곡은 1995년 시크릿 가든의 1집에 수록된 ’봄의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다. 전 세계적으로는 봄 노래에 속하는 대표적인 음악이지만 한국에서는 이 노래에 가사를 붙여 가을의 대표곡이 됐다. 작사가 한경혜가 가을 정경과 느낌 그리고 그 감정을 음악에 옮겨 가을의 노래로 탄생시키고 김동규는 봄과 가을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와 변용을 가을의 느낌으로 풍성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노래 한편만 보더라도 인간의 감정은 실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계몽주의 토대를 마련한 서구 철학자 스피노자는 그의 책 ‘에티카’의 제3부에서 감정의 문제를 다뤘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을 기쁨, 슬픔, 욕망 세 가지의 기본 감정으로 정의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총 48가지의 감정을 정의했다.
우리는 흔히 복잡다단한 감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말 그대로 감정이 복잡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라도 어느 감정이 더 지배적이며 우리 삶속에서 어떻게 영위되는지 곱씹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불과 1년 전에 당연했던 일상은 존재할 수 없게 됐고 장밋빛 희망찬 내일과 미래보다는 음울하고 걱정되는 삶을 맞이하는 것 아닌지 우리는 두려워하고 공포에 휩싸여 있다. 소위 코로나 블루로 최근 신경정신과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스피노자는 ‘공포 없는 희망 없고, 희망 없는 공포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간의 감정이 기쁨, 슬픔 그리고 욕망이라는 단선적인 정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자에게 획일적으로 덧씌워지는 비감이야말로 우리를 희망없는 공포로 몰아넣고, 희망이 없는 일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슬픔의 감정에서 회환과 연민을, 기쁨의 감정에서 박애, 환희 그리고 확신을, 욕망의 감정에서 질투, 적의, 분노라는 감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욕망이라는 감정에서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질투, 적의 그리고 분노라는 감정의 전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친절하고자 하는 욕망을 통해 오히려 박애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즐기는 기쁨의 감정을 느끼길 소망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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