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피해에 300만원 지원…연천 특별재난지역 지정 피해 주민 분통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피해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요.”

연천군 군남면에서 애호박, 오이 등 농작물을 재배해 온 정태주씨(62)는 지난 6월24일부터 8월16일까지 평균 강수량이 840㎜ 에 달하는 등 역대 최장장마 기간에 내린 집중호우와 황강댐 방류로 비닐하우스 14개 동이 모두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은 물론, 비닐하우스 농막, 농기계 등 피해액만 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피해본 비닐하우스(150만원)과 농작물(200만원) 등 재난복구비는 고작 300만원으로 보상이 전혀 없는 것과 다름없는 실정이다. 쥐꼬리만 한 복구지원금도 언제 지급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씨는 “국회의원까지 나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준다고 야단을 떨기에 내심 기대를 했는데 막상 지정 되고보니 보상에는 아무런 혜택이 없어 암담한 실정”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연천군은 올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등 293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 지난달 25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피해 주민들은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비 대부분이 공공시설 개보수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씨와 같은 피해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연천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25일 행안부로부터 3차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건강보험료 경감 ▲전기요금 감면 ▲통신요금 감면 ▲도시가스요금 감면 ▲지역난방요금 감면 ▲병력동원 및 예비군훈련 면제 등 추가 혜택을 지원받게 됐다. 특히 행안부가 연천군에 549억원을 지급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면서 연천군은 자체 피해복구 비용 50억원을 포함해 총 599억원의 피해복구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결과 총 599억원의 복구지원금 중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관계없이 기존 피해보상 법률에 따라 피해 주민 839세대에 지원되는 21억원의 재난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은 도로(8억원), 하천(100억원), 소하천(110억원), 상하수도(11억원), 철도(1억원), 산림(10억원), 군사시설(280억원) 등 공공시설 복구비로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따라 내려온 국비는 사실상 공공시설 복구비로만 사용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으로 보상을 기대했던 피해 주민들은 “희망 고문으로 두번 죽이는 결과”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연천군 주민 A씨는 “정부의 지원 대부분이 공공시설 개ㆍ보수비용으로 책정됐다. 주민들의 피해는 큰 데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과연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은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국비 지원이 늘었지만 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은 기존과 달라진 게 없는 게 사실이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실망감이 큰 것도 이해된다”면서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따른 보상 현실화 등 법률 개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연천=송진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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