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주거권과 남산의 조망권, 선택해야 한다

남산의 조망권, 바람길, 그림 같은 경관 등은 도시를 그럴싸하게 만들어주는 꽤 괜찮은 재료다. 막힌 전망보다는 탁트인 조망을 가진 집이 더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조밀하고 좁은 도로를 가진 주택밀집지보다 충분한 오픈스페이스와 다양한 생활환경자원 그리고 편리한 교통환경자원을 복합적으로 갖춘 주택지를 좋아한다. 내 집이 주는 주거서비스 이외에도 지역사회가 주는 도시서비스가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집은 별로 없다.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산의 조망권을 확보하고 충분한 오픈스페이스를 가지려면 서울은 지금의 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어쩌면 시야를 가리는 빌딩은 싹둑 잘라 높이를 낮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까지 서울이 평균 층수를 유지하면서 도심부의 고밀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금융위기로 인한 시대적 침체기 이후에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서울은 광화문광장 오픈스페이스 확보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면서 지금의 주택시장은 3040세대의 패닉바잉 결과 패닉마켓이 되어버렸다. 패닉마켓으로 혼동스러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6만호의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이라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성공해야 한다. 신호탄을 시작으로 정부가 약속한 127만호가 차질없이 그리고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공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인근 주택시장은 더 심한 패닉마켓으로 추락할 수 있다.

벌써부터 잡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사전청약을 공급하기로 한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공공임대물량이 많다고 원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위기가 될 수 있다. 잘 관리해야 한다. 위기관리능력을 키워 정부가 쏘아올린 신호탄이 불발탄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값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모든 대도시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시대적 과제다. 게다가 오늘만의 문제도 아니다. 수십 년 전에 지어진 낡은 집부터 최근에 지어진 꽤 괜찮은 탐나는 집까지 다양하다. 곳곳에 빈집도 늘어나고 있다. 계속해서 새 집도 짓는다. 그런데도 집값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집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은 답 찾기에 전전긍긍한다. 이전보다 더 집중한다. 삶의 다른 문제를 풀 겨를조차 없어 보인다.

사람들의 집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집 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성장하고 4만불시대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집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밀도다. 사람들이 살기 원하고 다양한 주거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도심부다. 도심부의 밀도를 과감히 올려야 한다. 과밀개발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밀개발은 효용을 증대시킨다. 오히려 르코르뷔제의 말처럼 고밀개발로 도시민이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 서울 도심부의 고밀개발이 필요하다. 도심부의 고밀개발은 남산의 조망권을 해칠 수 밖에 없다. 남산의 조망권을 지키기 위해 서울 도심부의 고밀개발을 언제까지 밀어낼 것인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사람의 주거권과 남산의 조망권. 두 가지 가치는 공존하기 어렵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물려줘야 할 자산을 지키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편함과 희생을 강요할 수만은 없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거불안으로부터 자유롭고 행복해야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미래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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