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면 폐기물이지만 재활용하면 소중한 자원이 됩니다. 환경보호는 물론 고용창출, 수익으로도 이어져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최근 잔여자재를 주제로 한 박람회에 참가해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낸 허만열 광주시가구산업연합회장(67)의 말이다.
처음 참가한 박람회였지만 제작해간 제품 400여개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팔려나간 제품은 소파와 의자 등을 제작하고 남은 가죽을 이어붙여 만든 방석과 쿠션이다.
광주에서 40여년째 가구업에 종사하고 있는 허 회장은 가구를 제작하고 남은 멀쩡한 자재를 폐기처분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잔여자재를 활용한 완제품 생산이다.
잔여자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게 허 회장의 설명이다. 소파 등을 만들고 남은 가죽으로 방석이나 쿠션, 핸드폰케이스나 명함 지갑 등을 만들수 있고, 목재와 철제 등은 반려동물 용품에서부터 아이들 장난감, 교구 등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도 있다.
허 회장은 “(자재는)톤당 30만 원, 집계차 1대당 130만 원이라는 처리비용이 발생한다. 광주지역 가구산업체에서 발생하는 목재류 잔여자재처리비용만도 연간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세 사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라며 “특히, 비용이 부담스러워 저녁 시간을 이용해 소각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이는 광주시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 잔여자재가 그냥 버려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발상의 전환을 고민하던 허 회장은 2019년 14개 업체가 참여하는 생활가구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가구 목재를 활용한 상생협력 협약식을 했다. 목재와 가죽, 플라스틱 등의 자재를 사용하는 업체 등이 함께한다. 같은 해 이들 업체는 잔여자재를 활용한 제품으로 광주시가 개최한 중소기업박람회에서도 큰 호응 얻었다.
하지만 기쁨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팔당ㆍ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팔당 특대고시)이란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자재에 대한 자체 활용은 가능하지만 타 업체에 제공하거나 판매는 불가 하다는 것. 결국, 이번 박람회에는 자체 생산한 재활용 제품만을 가지고 참가했다.
허 회장은 “타지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잔여자재를 활용하고 있는데 광주시에서는 불가능하다. 경제와 환경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피해를 보는 것이다”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잔여자재를 활용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 질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돌파구 모색을 위해 경기도규제개혁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고 환경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했다.
허 회장은 지역사회에 환원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허 회장의 예디가구에서 제작한 의자와 책상 등을 기부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노인정, 게이트볼장, 급식센터 등 장소도 다양하다. 지난 수년간 기부한 곳만 해도 수십 곳에 이른다.
소문난 효자이기도 한 허회장은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효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더욱 열심이다.
허 회장은 “광주시에는 수천 개의 영세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 업체들이 협력을 통해 상생하면 그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경제는 물론 환경, 일자리 창출 등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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