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칼리닌그라드와 칸트

쾨니히스베르크는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고향이다. 칸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이곳을 150㎞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칸트는 집안이 부유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가정교사, 도서관 사서 등으로 일하면서 철학 공부를 꾸준히 했다. 칸트가 46세가 되는 1770년 드디어 쾨니히스베르크 대학 정식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57세 때 유명한 ‘순수이성비판’을 출판했다. 그 이후 ‘실천이성비판’과 ‘판단력 비판’을 출판하면서 왕성한 학문 활동에 매진했다.

우리가 칸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어려움과 역경이 있더라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완성하였다는 점이며 그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도덕률인 ‘정언명법’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사회적·경제적으로 혼란을 겪는 이 시기에 우리가 깊게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철학적 원리이다.

정언명법의 첫 번째 원칙은 “너의 준칙이 보편적인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이다. 쉽게 말하자면, 너의 행동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방역 당국에서 안내하는 마스크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등 대응 지침 등을 스스로 준수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칸트의 정언명법에 대한 실천이다. 이러한 행동이 공동체 윤리를 실천하는 것이며 모두가 바라는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칸트는 정언명법에 대한 두 번째 원칙을 언급하였는데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인격적으로 인류애를 가지고 대하라는 것이다. 작금의 시점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 당국은 경제적ㆍ정치적 손익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실시해야 한다. 자칫하면 인간의 존엄을 문제의 핵심에서 소외시키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칸트를 소환했다. 우리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 칸트의 도덕률을 깊게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시점에서 백신과 바이러스가 시급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존엄을 향한 철학의 부재가 아쉽다. 한편, 칸트가 다닌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은 러시아로 넘어가면서 폐교가 됐으며 그 자리에 1967년 칼리닌그라드 대학으로 설립되었다. 러시아는 2005년 칼리닌그라드 대학의 교명을 임마누엘 칸트 대학으로 바꾸었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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