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발동했지만 집단휴진 강행 대형병원 의료인력 부족, 수술·입원 차질 동네의원도 가세… 환자들 불안감 호소
정부의 의료 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강경 대치하면서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 의사 집단 휴진이 이어진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진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협이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시작한 26일 정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대형병원의 전공의와 전임의 등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현장으로 복귀한 이들은 없었다. 대형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 등의 집단 휴진 참여로 도내 대형병원 의사 인력의 3분의 1가량이 공백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중환자실, 신생아실, 분만실, 혈액 투석, 응급실 등 필수 의료 인력마저 전공의들이 빠져 긴급하게 교수들이 투입되고 있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대형병원에는 당장 암 수술 연기, 진료 축소, 입원 대기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A대학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앞두고 있던 이모씨(40)는 이날 “의사가 없어서 수술을 할 수 없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씨는 “수술일자를 15일로 미뤄야 한다며 파업이 끝나면 암 환자부터 수술을 재개한다고 했는데 파업이 끝나지 않으면 어쩌냐”면서 “우리에겐 시간이 목숨 같은데 마음을 졸이며 수술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라고 토로했다. 수원 아주대병원에 28일 제왕절개 수술을 앞둔 산모 박모씨(36)도 “교수가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 주 내내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출산을 이렇게 심란한 마음으로 기다릴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의 의사 인력 공백 속에 이날 동네의원 등 개원의들도 집단 휴진에 가세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 컸다. 응급의료포털 집계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도내 동네의원 7천178곳 중 20%가 문을 닫았다. 동네의원의 집단휴진 참여가 높지 않아 진료 쏠림 현상 등이 빚어지진 않았으나 문을 연 병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환자들의 불편함이 이어졌다.
의협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해 3일간 단체행동에 돌입하게 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올린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 진료실에서 다시 뵙는 날, 배전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기도는 오는 28일까지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 안내, 응급의료기관 24시간 정상진료 등 비상 대응에 나선다. 응급환자를 위한 진료 공백을 방지하고자 도내 91개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시설, 종합병원 응급실 등에 24시간 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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