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23일부터 무기한 파업(집단 휴업)에 돌입하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 되고 있다. 앞서 7일 1차 전공의 파업과 14일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업은 ‘하루’에 그쳤지만, 이번엔 무기한이다.
24일에는 대형병원 전임의(펠로)들을 대표하는 대한전임의협의회가, 26~28일에는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업을 예고해 코로나19 확산 속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형병원에서는 이번주에 잡힌 수술과 진료 일정 등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있다.
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지난 21일부터 차례로 집단 휴업에 들어가 이날부터 모든 업무 중단했다. 경인지역에서는 4천여 명의 전공의 중 70%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주대병원은 전공의 263명 전원이, 성빈센트병원은 124명의 전공의 중 절반 이상이, 의정부성모병원은 전공의 90여 명 중 90%가량, 인하대병원은 70% 이상이 집단 휴업에 돌입했다. 이들의 복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전공의가 빠진 대형병원은 당장 비상이다. 교수 등 전문의가 비상당직으로 대응하고 수술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응급실과 외래, 병동 등 의료 업무에 큰 지장이 예상된다.
당장 환자들은 수술 연기 등의 통보를 받고 있다. 수원에 사는 A씨는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암센터에 25일 수술이 예정돼 있었는데 이후 처치가 안돼서 불가피하게 연기해야 한다고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며 “아이 둘을 대신 봐줄 분을 구하는 등 수술 일정에 맞춰놨는데 다시 조정을 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정부 성모병원 관계자는 “예약 환자 중에서라도 급한 진료가 아닌 경우 28일 이후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전임의 파업까지 이어지면 병원에 교수들밖에 남지 않아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대로 급증하면서 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부담도 크다. 아주대병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압병동을 기존 3개에서 주말부터 5개로 늘려 운영 중이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음압 병동을 확대 운영해야 하는데 의료진 숫자는 줄어 부담이 크고 걱정”이라며 “파업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 시기와 겹쳐 계속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집단휴진에 따른 의료대란이 현실화 되면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면 의사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김경희ㆍ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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