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들이 차례로 집단 휴진(파업)에 돌입한 21일 오후 도내 병원 현장에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속 의료 공백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날 오후 1시께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병원 내부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차분했다. 밖에서는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었지만, 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해 모든 과가 정상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코로나19 속 전공의 파업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날 신부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상환씨(72)는 “혼자 사는데 몸이 불편해서 병원 한번 왔다갔다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의사들이 파업까지 하면 어떻게 될지 앞날이 깜깜하다”면서 “아직은 진료를 보는데 이상이 없지만, 계속되면 결국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레지던트 1년차와 2년차까지 사흘 동안 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차 전공의 파업 때를 미뤄보면, 도내 전공의 3천~4천여 명 중 70%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대병원은 전공의 263명 전원이 주말까지 차례로 파업에 동참하며, 성빈센트병원 역시 124명의 전공의 중 절반 이상이, 의정부성모병원은 전공의 90여 명이 주말까지 차례로 90%가량 집단 휴업에 참여한다. 파업 복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문제는 오는 26일 예고된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 2차 총파업이다. 전공의 파업 때 대신 업무를 담당해준 전임의(펠로우)들도 이 파업에 동참한다. 이들의 파업이 현실화가 된다면 코로나19 확산 속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형병원에서는 예약 환자에 한해 일정 조정 및 진료 축소, 인력 대체 등 임시방편으로 대비하고 있다. 아주대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 등은 2차 의사 총파업이 예정된 26~28일까지 예약된 환자 중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의정부 성모병원 관계자는 “예약 환자 중에서라도 급한 진료가 아닌 경우 26~28일 예약은 28일 이후로 조정하고 있다”면서 “26일 예고된 2차 총파업 때 전임의까지 동참하면 교수들밖에 안 남는데, 진료를 하기에 부족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대로 급증하면서 의료인력 부족, 의료진의 진료 부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아주대병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압병동을 기존 3개에서 이번 주말까지 5개로 확대해 운영한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음압 병동을 확대 운영해야 하는데 의료진 숫자는 줄어 부담이 크고 걱정”이라며 “파업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 시기와 겹쳐 계속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의협과 대전협이 정책의 전면 철회를 고수하며 집단휴업을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의협과 대전협이 집단행동을 중단하는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자연ㆍ이정민ㆍ권오탁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