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무더기…적막 흐르는 양평군 명달리

17일 오후의 명달리 마을 입구 모습
17일 오후의 명달리 마을 입구 모습

18일 오후, 이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 38명이 무더기로 나온 명달리는 적막했다. 명달리는 양평에서도 가장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평소에도 조용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가장 활기기가 넘친다. 양평에서도 가장 깨끗하기로 소문난 계곡이 있어 마을을 찾는 발길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을은 오가는 사람이 없었고,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있는 ‘점방’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마트 정문에는 ‘휴일’이란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마을 안길을 차로 10여분 가는 동안 길옆으로 지나치는 집들의 문과 창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명달리 주민 400여명 가운데 200여명이 자가격리 상태이기 때문이다. 좁은 마을 길에서 간신히 차를 돌려나오면서 길고양이 어미와 새끼 두 마리를 발견한 게 다였다. 사람이 없는 마을 길을 고양이 3마리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서도 누군가가 길고양이 가족을 위해 길가 길섶에 먹이를 놓아둔 것을 발견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인적이 끊긴 마을 안길을  길고양이 가족이 차지했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준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적이 끊긴 마을 안길을 길고양이 가족이 차지했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준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명달리에서 수입리에 이르는 길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입1교 근처 벽계천 물놀이터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에 있는 한 식당은 방역조치를 했는데도 아예 문을 닫아걸었다. 확진자 동선과 상관없는 또 다른 식당 업주는 “문을 닫기는 뭐해 열어두고 있지만, 손님이 지난해의 4분의 1도 안된다”고 호소했다. 식당 업주가 같이 운영하는 팬션도 예약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명달리에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9일 명달리숲속학교에서 열렸던 마을 복놀이 행사에 성북구 29번 확진자가 참석하면서다. 이날 복놀이 행사에 참석한 주민 50여명 가운데 31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그나마 31명 이후로 나온 추가 감염자가 7명에 그친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자가격리로 집 밖으로 못 나오는 마을 주민들은 보건소가 마련한 생필품으로 불안감과 무더위 견디며 싸우고 있다. 양평군 관계자는 “보건당국은 물론이고 모든 양평 군민이 명달리가 하루빨리 제 모습을 찾기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같으면 물놀이 인파로 가득찼던 수입1교 부근 물놀이장이 텅 비어있다.
평소같으면 물놀이 인파로 가득찼던 수입1교 부근 물놀이장이 텅 비어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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