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는 통일한국을 상징하는 한반도 지도모양이 그려진 상징적 깃발이다. 한반도기는 노태우정권 시절인 1989년 말에 개최된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에서 처음 제시되어 남북합의로 만든 깃발이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구성을 계기로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응원?입장 등에 사용되고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공동의 행사 등에서도 사용된다. 흰색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를 그려 넣은 한반도기는 국제행사 등에서 남·북한을 공동으로 상징하기 위해 사용하는 깃발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기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예민한 우리 국토의 위치로 보아 위험부담이 많다.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이웃국가들과의 입장과 스포츠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 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첫 번째 한반도기에는 한반도와 제주도만 상징적으로 그려 넣었다. 이후 울릉도까지만 넣었다가 ‘독도’를 그려 넣어야 한다는 여론에 의해 결국 지금처럼 한반도와 제주도, 울릉도와 독도가 그려진 깃발로 정착되었다.
이 한반도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7년 중국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많은 대회에서 남·북한의 선수단의 공동 입장이나 응원용으로 활용되어졌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벌어지면서 남?북한 사이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그 해 8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서는 사용되지 못했다. 그 뒤 남·북한 사이의 정치적·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교류가 축소되면서 한반도기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못하다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사용되었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제재를 우려해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해서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처음에 한반도기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민족의 장래에 큰 장애가 될 위험성이 있는 것 같다. 동북공정 등으로 고구려의 영토에서 한민족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역사전쟁에서 우리 스스로를 한민족의 역사를 한반도 안에 가두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또한 한반도기는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반도사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우리는 고구려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한반도기는 고구려를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8ㆍ15 광복절을 계기로 일부 지자체 청사에 한반도기를 건다고 한다. 그러나 한반도기를 관공서에 다는 문제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한반도기에 어린 통일의 염원을 담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관공서에 기를 다는 문제는 다른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그리 정해진 것도 국민적 합의가 있지도 않았다. 차라리 이 기회에 남?북한이 합의한 아리랑 노래처럼 아리랑 기를 만들어 봄이 좋을 듯하다. 우리는 대한이다. 아리랑기는 또 하나의 광복일 것이다.
황창영 생명ㆍ평화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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