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20대는 왜 문 정권을 외면하나?

평등, 공정,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정권 출범에 20대는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평등, 공정, 정의는 허망해졌고 20대의 지지는 떨어졌다. 20대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여론조사가 실제 평가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말 조사한 국정 지지율을 보면 20대는 30%대 중반으로 3명 중 1명만 문 정권을 지지한다. 이 비율은 30대와 40대보다 훨씬 낮고 60대와 비슷하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말 실시한 내년 재보선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정권 견제론이 50%대 중반으로, 이 또한 20대와 60대가 비슷하고 30대와 40대보다 높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대한 리얼미터의 8월 초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비율이 나이로 20대, 직업별로 학생이 가장 높다.

문 정권과 열성 지지자들은 20대가 보수화됐고 정권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SNS에 휩쓸렸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30대 대학원생 제자에게 물어보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자신들은 중ㆍ고등학교 다닐 때 전교조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20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편향 수업에 반발한 인헌고 사태가 보여주듯이 20대는 전교조 선생님을 ‘진보 꼰대’로 보면서 졸업했을 것이라 했다. 20대 제자는 지금 30대와 40대가 된 제자들보다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 이들은 사고가 자유롭고 유연하며 국제정세에도 관심이 많다. 이들이 SNS를 활용해 국내외 주식 등에 투자한 이야기도 수업 중에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정치에 대한 인식은 복합적인 경로로 형성된다. 성과뿐 아니라 정책의 결정과 집행 과정, 정치인의 행태,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20대의 문 정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이유는 정권 실세의 위선과 이를 감싸는 부도덕, 불합리한 정책을 고집하는 문 정권의 ‘진보 꼰대’ 행태에 있다. ‘문빠’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의 비정상적인 모습도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자녀의 입시 비리까지 낀 조국 사태,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한 윤미향 사태, 자기편이면 죄도 미화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진보 꼰대’가 양심도 버렸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불공정한 직고용 전환 등도 일자리에 목마른 20대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20대의 문 정권에 대한 불신은 구조적이다. 문 정권은 지난 3년 동안 소득 불평등, 기회 불평등, 자산 불평등을 키웠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은 아르바이트마저 씨가 마르게 해 청년 체감실업률(27%)이 역대 최고로 올라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도 노동계의 요구지만 전체로는 비정규직이 오히려 늘어(36%) 20대는 취업에 성공해도 비정규직의 함정에 더 깊이 빠진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공공 일자리와 복지확대로 메우면서 재정이 급속도로(10%) 늘었고 적자재정과 국채발행으로 20대에게 빚이 떠넘겨진다. 집값 폭등과 대출 규제강화는 20대로부터 내 집 장만의 꿈을 앗아간다.

문 정권은 한국판 뉴딜이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으나 여권의 국회의원마저 쓰레기 일자리라고 혹평했다. 청년기본법으로 20대를 달래지만 이것도 꼼수다. 20대를 위한다면 규제 완화로 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을 높이고 노동과 복지개혁으로 취업의 장벽을 낮추고 세금 낭비를 줄여야 한다. 문 정권은 노조의 요구대로 정년을 연장한다면서 연금 부담금은 올리지 않는다. 노조의 특권을 유지하는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줄이고, 연금제도의 유지는 기금의 고갈을 앞당겨 청년에게 이중부담을 지운다. 문 정권이 20대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삐뚤어진 정책을 바로잡고 읍참마속으로 정권 실세의 위선과 부도덕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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