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혼 선생 신도비 등 경기도기념물로 추가 지정해야"

청송묘갈비(좌쪽)와 우계의 신도비. 부자 비가 나란히 각안에 세워져 있다.
성혼 선생 묘 인근에 1992년 새 단장한 신도비각 안에 청송 성수침 선생 묘갈(왼쪽) 과 우계 성혼 선생의 신도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제공

경기도가 우계 성혼 선생 묘를 경기도기념물로 지정할 당시 제외했던 그의 신도비와 부친인 청송 성수침 선생의 묘갈(墓碣) 등이 높은 문화재적 가치로 재조명되면서 추가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송 선생의 묘갈은 퇴계 선생이 직접 짓고 썼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묘갈은 머리 부분을 둥글게 다듬어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을 말한다.

2일 파주문화원에 따르면 도는 지난 1981년 율곡 선생과 함께 조선 중기 대성리학자로 추앙되던 파주시 파주읍 향양리 우계 성혼 선생(1535~1598)의 묘를 경기도기념물 제59호로 지정했다. 당시 성혼 선생 묘 인근에 있던 성혼 선생의 신도비와 부친인 청송 성수침 선생(1493~1564년) 묘갈은 지정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최근 관련 학계에서 박물관학보 등에 성혼 선생 신도비와 청송 선생 묘갈이 역사성과 문화사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조명 받고 있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제공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제공

성혼 선생의 신도비는 송시열 선생의 요청으로 김상헌 선생이 다시 짓고 김집 선생이 썼으며 청송 선생의 묘갈은 율곡 선생의 행장을 토대로 퇴계 선생이 직접 짓고(찬) 글까지 적은(서) 보기 드문 비석임이 밝혀진 것이다. 청송 선생 묘지도 기대승 선생이 써 기라성같은 성리학자들이 비지문(碑誌文)에 참여했다.

퇴계집에 수록된 묘갈은 모두 37기인데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 퇴계 선생이 찬하고 서한 건 청송 선생 묘갈이 유일하다. 퇴계 선생은 묘갈은 공기(公器)이기에 함부로 쓰지 않는 것으로 당대에 유명했는데 청송 선생을 성리학의 도학적 계승자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선 조광조 선생의 제자였던 청송 선생과 동방18현으로 율곡 선생과 함께 문묘에 나란히 배향됐을 정도 뛰어난 도학자였던 성혼 선생 등 묘역 조성과정이 15~16세기 주자가례와 풍수상 등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어 재조명받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박물관학보에 성혼 선생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던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은 “성혼 선생 신도비와 청송 선생 묘갈 등은 시대를 풍미한 대성리학자의 결집체로 그 가치는 당연히 제고돼야 한다”며 “문화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청송 선생 건비 370주년이 되는 내년 ‘청송 및 성홍 선생 유적지’로 추가로 지정, 역사·문화·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우계 성혼재단이나 파주시로부터 요청이 오면 내부 관련 절차를 거쳐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파주=김요섭기자

청송 성수침 묘갈비
청송 성수침 묘갈비.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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