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수출중기, 인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타자

지난 6월 중국과 인도 군인들이 국경에서 벌린 유혈충돌로 온 세계가 시끄러웠다. 싸움의 배경엔 양국 국경선 갈등이 있다. 중국이 과거 청나라시절 경계가 국경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도는 1914년 영국 식민통치시기 인도와 티베트 간 맺은 맥마흔라인(McMahon Line)을 국경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일대일로를 표방한 확산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이 지역이 중요해 졌고 인도는 심화되는 양국 교역불균형 및 안보 우려로 이 지역 실효적 지배를 통해 중국을 견제코자 하는 가운데 이번에 양국 충돌로 20여명의 인도군 사상자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거센 중국제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정부차원에서도 중국제품에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등 중국 밀어내기가 시도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 인도정부는 중국 SNS 플랫폼인 위쳇을 막아 버렸다.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소통채널을 끊어버린 셈이다.

인도의 제1 수입국은 중국이다. 인도인의 얇은 지갑을 열기에 값싼 중국제품 만한 것이 없기에 한해 우리 돈 70조원이라는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불매운동으로 인해 잃을 것이 크지만, 중국이 인도에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독보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이 아니기에 인도는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투자국을 바꾸어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분쟁 탓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인도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인도내 반중정서가 더해져 글로벌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11 생산을 첸나이 폭스콘 공장에서 시작함과 더불어 신 모델을 뱅갈로르 인근에서 생산할 계획이며 페이스북, 인텔 및 구글 같은 거대 IT 기업들도 인도 최대기업 릴라이언스 그룹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및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2위를 탈환하며 중국기업에 내준 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소형SUV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과는 달리 인도는 원거리이고 상관습과 문화의 차이가 크며, 현지 생산 활동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현지판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단순 수출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중소기업이 가격에 민감한 인도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에 생산거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고비용이 아닌 저비용이어야 한다. 생산의 전 과정을 위한 투자가 아닌 부품 및 반제품의 조립만을 위한 투자면 족하다. 설비도 자사의 유휴설비로 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적 이동의 제약이 따르기에 인도기업과 합작투자도 가능하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어떤 방식도 수용할 만큼 인도의 제조기반이 부족하고 시급해서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주목 받는 인도에 중국제품 불매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품목 상당수가 중국제품과 겹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활로가 점점 줄어드는 위기적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수출중소기업의 결단이 요구된다. 활로를 찾기 위해 부는 바람의 방향에 맞추어 돛을 세워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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