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아이들 천국 ‘동심 활짝’

어린이들이 전래동화 속 도깨비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린이들이 전래동화 속 도깨비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윤원규 기자

색색의 타일로 예쁘게 단장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외벽을 보니 색동옷이 떠올랐다. 흥미롭게도 한국 어린이운동은 색동회를 중심으로 1920년대에 시작됐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1899~1932)이 3ㆍ1운동을 기획한 천도교 교주 의암 손병희 선생의 사위고 소파와 함께 색동회를 이끌었던 정순철(1901~1950?)이 동학의 지도자 해월 최시형 선생의 외손자다. 두 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어린이운동의 뿌리가 서양이나 일본이 아니라 ‘어린이를 한울님같이 생각하라’고 가르친 동학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 500만명이 찾은 한국 최대 규모의 어린이박물관

용인시 상갈동에 위치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도 여느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관람객이 크게 줄었다. 그래도 여느 박물관보다는 훨씬 많은 관람객을 만났다. 감염 예방을 위해 열을 재고 박물관에 들어서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안내하던 박종강 팀장이 알려준 대로 천정에 달린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은빛 돌고래들이 허공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아!”하는 짧은 탄식을 토하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은 어린이들의 꿈과 호기심,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설립된 체험식 박물관으로 현재는 코로나19로 현장발권 없이 인터넷 예매로만 관람할 수 있다.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은 어린이들의 꿈과 호기심,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설립된 체험식 박물관으로 현재는 코로나19로 현장발권 없이 인터넷 예매로만 관람할 수 있다. 윤원규 기자

 

경기도어린이박물관(관장 표문송)은 국내 최대 규모며, 최초의 독자식 형태의 전문 어린이 박물관이다. 실제로 개관 이후 우리나라의 도시는 물론 이웃나라 도시들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전시시설이 1천평이 넘는다는 사실도 대단했지만 더욱 놀랐던 것은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한 해 동안 어린이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60만입니다. 하루 평균 관람객이 2천명인 셈이지요” 2011년 9월에 개관한 이후 지금까지 500만명이나 찾았다니 그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문을 열지 못했고 현재도 소수의 인원만 입장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북적이는 풍경은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것이기에 아쉽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모든 시설과 전시물은 첨단의 기술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박물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어린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전시실은 각각 ‘호기심 많은 어린이’,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 ‘튼튼한 어린이’, ‘세계 속의 어린이’라는 4개의 미래지향적인 주제로 꾸며졌다. 체험과 학습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유기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찾아다니며 전시물을 직접 보고 느끼고 만지며 다양한 창조적 감각을 키우도록 한 것이 어린이박물관의 특색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열린 행정이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들의 꿈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역동적인 박물관이 되고자 해마다 경기도 내 초등학교 3~5학년을 대상으로 30명의 어린이자문단을 선발한다고 한다. 활동을 좋아하는 초등생을 둔 학부모라면 기억해 두자.

3층 ‘동화속 보물찾기’ 주제 전시에서 한 모녀가 ‘우물속 물에 비친 호랑이’ 이야기를 보고 있다.
3층 ‘동화속 보물찾기’ 주제 전시에서 한 모녀가 ‘우물속 물에 비친 호랑이’ 이야기를 보고 있다. 윤원규 기자

■ 상상력을 기르고 용기를 배우는 곳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1층에 있는 ‘21세기 잭과 콩나무’다. 잭이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던 동화의 주인공이 돼보는 흥미진진한 공간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진행을 돕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곁에서 지켜봐 주기 때문에 안전하단다. 다만 안전을 위해 키가 120㎝ 이상인 아이만 입장할 수 있어 가끔 항의를 받는다고.

1층부터 3층에 걸쳐 정성스럽게 꾸며진 전시실은 △아기둥지 △자연놀이터 △튼튼놀이터 △한강과 물 △바람의 나라 △우리 몸은 어떻게? △건축 작업장 △에코 아틀리에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동화속 보물찾기 △별난 전시실 △박물관 속 미술관 등 다 둘러보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로 흥미롭고 다양하다. ‘초등학교에 간다면?’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나 부모의 걱정을 많이 덜어줄 것 같다.

어린이박물관은 유물 전시가 중심인 일반 박물관과 달리 어린이들은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작동하며 스스로 배우며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젖먹이 유아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관심을 넓힐 수 있도록 흥미로운 전시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으니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이리라.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심벌이 ‘튼튼이’이다. 튼튼이는 활기차고 밝은 어린이가 앞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이다. 심벌과 튼튼이 노래에 어린이박물관의 지향점이 들어 있다.

2층 ‘우리 몸은 어떻게?’ 전시에서 어린이들이 양치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
2층 ‘우리 몸은 어떻게?’ 전시에서 어린이들이 양치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 윤원규 기자

“…궁금해 궁금해 궁금해/ 신기해 신기해 모든 것이!/ 꿈꾸던 것들이 여기다 모였네/ 반가워 반가워 반가워라!/ 괜찮아 괜찮아 달라서 좋아!/ 우리는 사이좋은 친구들이니까/ 만지고 만들고 뛰어보자!/ 동화 속 친구도 만나보자!…”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바로 옆에는 두 개의 도립 문화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롭게 단장해 4일에 재개관한 경기도박물관은 우리가 사는 경기도 천년의 역사와 곧 우리 곁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해 보기에 좋은 곳이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세계가 장엄하게 펼쳐지는 백남준아트센터도 빠트리지 말고 둘러볼 일이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