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9월1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10월4일부터 파주ㆍ김포지역 돼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조치가 단행됐다. 최초 발병 한 달여 만에 사육하던 70만두의 돼지를 모두 잃게 된 김포 A농장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상황이다. A농장주(72)는 “ASF 발병 1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당시 하천을 통해 바이러스가 떠다닌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장마로 다른 피해 농가들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 임진강에서 직선거리로 7㎞쯤 떨어진 파주 B농장 대표(50)는 “우리는 작년에 모돈만 100만두를 살처분했다. 아직 가슴이 아프다”며 “경기북부에선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장마철은 위험한 시기인데, 약품을 발라놓은 농가에선 약품이 쓸려갈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경기도가 다시 한 번 ASF 걱정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강원도 화천의 한 호숫가에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함이 한층 커졌지만, 아직 ASF 발병 원인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9월17일 ASF 위계경보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시킨 뒤 이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도는 ▲발생지역(파주ㆍ연천ㆍ김포) ▲완충지역(고양ㆍ양주ㆍ포천ㆍ동두천) ▲경계지역(남양주ㆍ가평ㆍ의정부) ▲그 외 지역(한수이남 21개 시ㆍ군) 등으로 방역체계를 나눠 대응하는 중이다.
도내에선 지난해 9월17일부터 현재까지 ASF 관련 1만1천903두의 멧돼지가 검사(음성 1만1천315두, 양성 383두, 불가 11두, 검사중 194두)를 받았다. 가장 최근인 7월12일에만 86두(총기 61두, 포획틀 4두, 포획트랩 9두, 폐사체 11두)가 검사 대상이 될 정도로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최근 강원도 화순의 하천에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당국은 파로호와 인근 하천의 시료를 채취하는 등 방역 영역을 넓혔다.
문제는 집중호우로 오염원이 하천으로 떠내려와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ASF 판정을 받은 야생멧돼지는 폐사체여도 배설물이나 진드기를 통해 다른 돼지에게 ASF를 감염시킬 수 있다. 접경지역의 경우 강이나 하천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건너갈 우려가 제기된다.
또 농장에 뿌려놓은 멧돼지 기피제와 생석회 역시 비에 쓸릴 가능성이 높다. 각종 소독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오염지역 집중 소독 및 농장 차단방역 강화 등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중수본 관계자는 “야생멧돼지 바이러스 발견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많은 비로 접경지역 하천을 통해 재확산될 우려가 있어 선제적 조치를 준비했다”며 “농가에서도 방역수칙을 준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환경부는 모기 등 곤충을 통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파주ㆍ연천에 한정됐던 ‘곤충 매개체 감시지역’을 강원도 철원과 화천 등 8개 시ㆍ군으로 확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확한 ASF 발병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며 “추가 발병이 없도록 앞으로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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