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람·도시 어울린 ‘그린 뉴딜 양평’ 키운다
정동균 양평군수를 보려면 3일과 8일 열리는 양평장에 가면 된다. 정 군수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양평장날이면 어김없이 장터를 찾는다. 할머니들과 어울려 수다도 떨고, 떡집 좌판에선 인절미도 집어 먹는다. 정 군수는 먹성이 참 좋다. 상인들이 권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먹는다. 콩나물 가게에선 생 콩나물도 입으로 가져간다. 상인들이 "개근상을 주어야겠다"고 농을 던질 정도로 매번 장터를 찾다 보니, 상인들의 가정사도 꿰뚫어 보게 됐다. 과일가게 청년에게는 어머니의 차도를 묻는다. 요즈음에는 멀찌감치 정 군수를 발견한 상인들이 서둘러 마스크부터 챙긴다. 마스크를 안 쓴다는 정 군수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정 군수에게 장날마다 장터를 찾는 이유를 물었다. “언젠가 선거 때 장터를 찾았더니, '선거 때만 표 달라고 얼굴을 내민다'는 말을 스쳐 듣고는 제가 군수가 되면 장날에는 빼놓지 않고 장터를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정동균은 이런 사람이다.
-양평 최초의 민주당 정권인 민선 7기 정동균 호가 출범한 지 2년이 돼 반환점에 들어섰다. ‘바르고 공정한 양평’, ‘우보천리’, ‘전방위 네트워크’ 등으로 상징되는 전반기 군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12만 군민의 삶이 바뀌려면 우선 공직자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위주의에 몸이 밴 공직사회를 ‘수평적 소통’으로 군수의 의지와 철학, 가치 등을 이해하는 조직으로 바꾸는 데 2년이 걸렸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경기도를 넘나드는 전방위 네트워크로 양평군의 예산이 약 2천억원이 늘어나는 성과도 거뒀다. 10년 넘게 표류하던 서울~양평 고속도로도 오는 2023년 개통이 예정됐고, 양평~여주 간 국도 37호선 확장, 양근대교 4차선 확장 등도 결정됐다. 지금부터 민선 7기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2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양평군은 코로나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처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다고 보는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보건소 공무원들과 방역 관련 공무원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양평군에선 민간 부분의 자발적인 방역활동과 봉사가 특히 빛났다고 생각한다. 마스크 공적 판매가 막 시작될 때였다.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어르신이 정작 자신이 아니라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위해 마스크를 사려 한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시민단체가 면 마스크 제작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과 상의했다. 평생학습센터에 재봉틀 수십대가 있고, 꽤 많은 사람이 봉재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잘하면 되겠다 싶어, 면 마스크를 만들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100명을 모집했는데, 불과 3일 만에 무려 295명이 자원했다. 이들과 함께 10일 만에 면 마스크 4만개를 만들어 학교와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천 마스크를 제작해 군민의 건강을 지키는 엄마의 마음’이란 의미로 ‘천군마마’라고 불렀다. 더욱이 놀라운 건 그분들 대부분이 처음 보는 분들이라는 점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어디선가 스스로 나와 함께 힘을 모으는 군민들이야말로 양평군이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오는 데 가장 큰 영웅들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담론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집권 후반기의 정책 기조에 대한 변화도 예상된다.
▲민선 7기 남은 2년 후반기의 정책 방향은 ‘자연, 사람, 도시가 함께하는 그린 뉴딜 양평’이 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선 코로나 사태는 인간이 만들어 낸 환경파괴의 결과물이란 생각도 든다.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식수를 책임지는 양평군은 친환경 농업특구이기도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친환경 농업은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과 수요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토종 종자에 주목하고 있다. 수천년 동안 기후변화를 이겨내고 이 땅에 뿌리를 내린 게 토종 씨앗들이다. 안전성과 면역력까지 두루 갖춘 토종 씨앗을 발굴하고, 보급하는 일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준비된 도시 양평’을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마침 양평에는 토종 종자 보급에 뜻이 있는 젊은 농부들이 많이 있다. 이들과 힘을 합쳐 토종 종자 보급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아시다시피 양평은 초고령화가 진행 중인 도시다. 어르신들이 힘에 부쳐 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을 빌려 젊은이들이 토종 씨앗으로 농사를 지어 수확한 씨앗을 전체 양평군으로 확산시키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토종 종자 은행을 만들고, 토종 종자연구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양평군은 젊은 농부와 2세 농업인이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청년 농부들의 주거 지원을 위한 청년 농부 주택사업 구상도 그중의 하나다.
-공약사항 중 축제, 관광, 전통시장 활성화, 문화예술 분야 콘텐츠와 디테일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저도 많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지난 2년간 준비해온 양평문화재단이 오는 11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양평문화재단은 양평군 문화예술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다. 수준 높은 문화예술정책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사업들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다. 양평문화재단의 이사장은 전국 공모를 통해 유능하고 덕망 있는 분을 모실 계획이다. 문화예술 콘텐츠가 축제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끝으로 12만 군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과 집권 후반기를 대하는 각오를 듣고 싶다.
▲무엇보다 군민들의 화합과 따뜻한 동행을 강조하고 싶다. 양평은 이제 원주민과 이주민의 비율이 거의 반반씩 차지하고 있다. 평생 잘 소통하고 살아오셨듯, 배려와 존중의 말씨와 마음씨로 따뜻한 양평, 건강한 양평을 만드는 데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녹색 환경 조성과 동시에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양평형 그린뉴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바르고 공정한, 행복한 양평’ 달성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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